특히 연구개발(R&D) 비용이 급증하는 상황에서도 이런 노력을 게을리 하면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는 것이 냉혹한 기업 현실이다.
기업이 안고 있는 이런 고민을 해소하는 방안으로 ‘오픈 비즈니스 모델’이 눈길을 끌고 있다.
○ 지적재산과 시스템 공유
전통적으로 기업들은 자사(自社)의 기술과 자원을 바탕으로 R&D를 해 왔다. 주요 R&D 성과에 대해선 특허를 통해 지적재산권을 확보했고, 이를 무기로 삼았다.
하지만 폐쇄적인 R&D 개발로는 시장 환경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하기 힘들고, 특히 R&D에 들어가는 투자 비용도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이에 따라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자기 회사의 비즈니스를 공개하고 외부 전문가 참여를 통해 기술을 개발하는 오픈 비즈니스 모델이 확산되고 있다. 오픈 비즈니스 모델은 지적재산이나 시스템까지 타사와 공유해 시너지를 높이는 개념도 포함하고 있다.
세계 휴대전화 시장점유율 1위 회사인 노키아는 ‘포름 노키아’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세계의 휴대전화 전문가에게 노키아의 운영 체계를 개방하고 기술도 지원했다.
전문가들이 자신이 개발한 고유 소프트웨어를 웹사이트에 올리고, 노키아는 우수한 소프트웨어를 골라 휴대전화에 탑재했다. 노키아의 기술개발을 세계 전문가들이 대신 해 주고 있는 셈이다.
국내 동영상 업계 2위인 엠엔캐스트를 운영하는 SM온라인은 기업들에 무료로 동영상 업로딩 사이트를 구축해 주고, 서버와 트래픽에 들어가는 비용을 지원하고 있다. 대신 기업이 생산한 동영상을 엠엔캐스트 웹사이트에 노출시킨다.
SM온라인은 여러 기업의 동영상을 한곳에 모아 서비스하면서 네트워크 광고를 실시할 수 있게 됐다.
○ 혁신적 R&D와 비용절감이 장점
하지만 한국에선 오픈 비즈니스 모델 확산이 아직 더딘 편이다. 외부 기술에 대한 불신, 자사 연구 인력 감축에 대한 불안감, 관련 네트워크 부족 등을 이유로 비즈니스 모델의 개방을 꺼리기 때문이다.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헨리 체스브로 교수는 저서 ‘오픈 비즈니스 모델’에서 “기업이 지적재산을 서로 개방하고, 지적재산권을 거래하는 중개소가 활성화될 때 기업의 기술혁신은 더욱 발전적으로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LG경제연구원 오상준 연구위원은 “오픈 비즈니스 모델은 제시된 지 10년이 되지 않은 새로운 개념”이라며 “이를 통해 기업은 급변하는 시장 환경 속에 발 빠르게 혁신을 이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오픈 비즈니스 모델을 통해 새로운 아이디어 창출을 위한 투입 자원과 시간을 줄이고 R&D 효과를 배가시킬 수 있다”고 덧붙였다.
오픈 비즈니스 모델 사례 | ||
기업 | 사례 | 효과 |
노키아 | 세계 휴대전화 전문가에게 노키아의 운영 체계를 개방. 전문가들은 자신만의 소프트웨어를 노키아 홈페이지에 게재. 노키아는 우수한 소프트웨어를 골라 휴대전화에 적용 | 연구개발(R&D) 비용 절감 |
IBM | 과거에는 지적재산권(IP) 단속에 주력했지만, 루이스 거스너가 최고경영자가 된 이후에는 IP를 외부 기업과 적극 공유 | 라이선스 수입, 컴퓨터업계 내 IBM 표준 확산 |
퀄컴 | 휴대전화와 컴퓨터를 직접 생산하던 회사. 경쟁이 심해지자 퀄컴은 칩을 전문적으로 생산하고, 관련 IP를 개방 | 라이선스 수입 |
SM 온라인 | 기업에 무료로 동영상 생산, 저장, 노출 시스템을 구축. 그 대신 엠엔캐스트는 그 기업으로부터 동영상을 공급받음 | 동영상 광고 수입 |
옥션 | 개인이 구매뿐 아니라 판매까지 할 수 있도록 쌍방향 시스템을 구축함 | 거래 수수료 |
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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