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만2000원입니다.”
4일 서울 종로3가의 한 귀금속 판매점. 돌 반지를 사려고 이곳에 들른 40대 여성 고객은 비싼 가격에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이 가게의 주인 김모 씨는 “지난달만 해도 10만 원대였는데 요즘은 하루가 다르게 가격이 오르고 있다”면서 “가격을 얘기하기가 미안할 정도”라고 말했다. 》
치솟는 금값에 귀금속 매장은 썰렁… 관련 금융상품은 북적
○ 귀금속 매장 10곳 중 7곳 문닫을 판
계속되는 달러화 약세와 국제 원자재 가격의 상승으로 국제시장에서 금값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3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금 가격은 31.1g(1온스)당 869달러로 28년 만에 최고치를 보였다. 또 4일 한국귀금속판매업중앙회에 고시된 도매시세는 3.75g에 10만8460원으로 한 달 새 1만 원 이상 올랐다. 지난해 초와 비교하면 3만 원 가까이 오른 것.
이날 종로에서 3.75g짜리 돌 반지의 시세는 11만∼13만2000원이었다.
금값이 너무 많이 오르자 금을 사려는 사람은 급격히 줄고 있다. 이날 종로 일대 귀금속 판매점에서는 하루 종일 손님을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한 판매상은 “30년간 이곳에서 장사했지만 요즘 같은 불황은 처음”이라며 “귀금속 매장 10곳 중 7곳은 문을 닫아야 할 지경”이라고 말했다.
다른 점포의 판매상 이모(40) 씨는 “돌 반지 대신 현금으로 10만 원을 주겠다는 사람이 많다”며 “요즘에는 돌 반지가 한 달에 10개나 팔리면 다행”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돌 반지 거래를 아예 중단한 매장도 많았다. 매장을 찾은 이들도 금 대신 저렴한 합금 액세서리를 많이 찾았다.
○ 금 예금 수익률 16.8%… 자금 몰려
반면 금값 상승으로 금 관련 금융상품은 수익률이 높아지고 있다. 금으로 적립하는 금융상품을 찾는 사람도 늘고 있다.
금 실물 거래 없이 예금, 적금처럼 통장에 금을 적립하는 신한은행의 ‘골드리슈 금 적립’ 상품의 신규 유입량은 3일 156kg으로 지난해 하루 평균 48kg의 3배 수준으로 늘었다.
황재호 신한은행 상품개발부 과장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골드리슈 금 적립 상품의 3개월 수익률이 16.8%”라며 “국제정세 불안, 달러화 약세 등의 영향으로 금값은 상반기(1∼6월)에 31.1g당 1000달러를 넘어 상승세를 지속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업은행의 골드바 판매량도 지난해 12월 30kg으로 지난해 상반기 평균 월 판매량 14kg의 갑절 수준으로 늘었다.
금과 관련된 펀드의 수익률도 호조를 보이고 있다.
국제적으로 금광업 관련 기업 주식에 투자하는 기은SG자산운용의 ‘기은SG골드마이닝주식자A클래스’의 최근 6개월 수익률은 18.73%, 세계 유명 금광업체의 주식에 투자하는 ‘메릴린치 월드골드 펀드’는 1년 수익률이 33.65%였다.
이지연 기자 chan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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