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박지연(27·서울 동작구 사당동) 씨는 지난해 주식에 1300만 원을 직접 투자해 약 260만 원을 벌었다. 20개 종목에 조금씩 분산투자한 박 씨는 은행주에서 조금 손해를 봤지만 SK에너지 등 정유 업종을 중심으로 수익을 냈다. 지난해 연간 수익률은 20% 정도.
박 씨는 “한국 증시는 미국 증시와 연동성이 높은데 올해는 미국 경기 침체로 국내 증시도 ‘뜨지’ 않을 것 같다”면서 “목표수익률을 10∼15%로 약간 낮추고 안정적으로 운용할 계획”이라고 소개했다.
박 씨처럼 주식에 직접 투자하는 한국의 개인투자자들은 미국의 경기 둔화와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불안을 국내 증시의 가장 큰 걱정거리로 꼽았다.
이는 동아일보 경제부가 무작위로 선정한 개인투자자 100명을 대상으로 직접 인터뷰 및 설문 등을 통해 ‘2008년 개인투자자 증시전망 및 투자전략’을 조사한 결과다.
조사 결과 새해에는 대형주 위주로 안정적인 투자를 하겠다는 개인투자자가 많았다. 또 이명박 정부의 출범이 국내 증시 및 기업실적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기대감이 큰 것으로 조사됐다.
○ 서브프라임-中긴축 악재 꼽아
지난해 말 코스피·코스닥지수는 2006년 말보다 각각 32.16%, 16.18% 올랐다. 특히 코스피지수는 지난해 51차례나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신바람을 냈다.
주식시장이 호황을 보이면서 직접투자로 짭짤하게 재미를 봤다는 ‘개미’도 부쩍 늘었다.
이번 조사에서는 연간 15% 이상의 수익을 낸 투자자는 100명 중 39명이었다. 30% 이상의 고수익을 거둔 투자자도 17명이나 됐다. 0∼15% 미만은 31명, 손해를 본 투자자는 30명이었다.
새해 증시 전망은 ‘보통’이라는 중립적 의견을 표시한 투자자가 42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좋을 것’(37명)이라는 의견이 ‘나쁠 것’(21명)이라는 응답보다 약간 우세했다.
올해 국내 증시에 영향을 끼칠 악재로는 미국의 경기 둔화(51명)와 서브프라임 모기지 불안(37명)을 가장 많이 꼽아 미국 경제 동향이 개인투자자들의 최대 관심사로 꼽혔다. 이는 미국 증시와 국내 증시의 강한 동조 현상을 개인투자자들이 분명히 인식하고 있다는 뜻.
중국의 긴축 정책(23명)과 국내 물가 상승(13명), 국내 경기 침체(12명·이상 복수응답) 등도 증시의 악재로 꼽혔다.
○ 대형주 위주 장기투자 밝혀
국제 경제의 변동성이 심해질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새해 투자전략을 묻는 질문에는 “안정적으로 짤 것”이라는 응답이 많았다.
가치투자와 대형주 투자, 장기투자 등으로 자산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겠다는 의견을 낸 투자자가 28명이었다. 해외펀드 등 펀드 비중을 늘리거나 직접투자에서 간접투자로 전환하겠다는 투자자도 11명이나 돼 새해 개미들의 가장 큰 화두(話頭)는 ‘안정’인 것으로 분석됐다.
일부 ‘눈치형 투자자’들은 “새 정부 출범 때까지 관망하다가 투자 여부를 판단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새해 목표 수익률은 연 15∼30%라는 응답이 43명으로 가장 많았다. 투자예정 금액은 1000만 원 미만이 53명으로 절반을 넘었고 1000만∼5000만 원이 25명, 5000만∼1억 원이 12명, 1억 원 이상이 10명이었다.
올해 투자유망 업종은 건설업(51명)과 금융업(50명)을 꼽은 사람이 많았다. 이는 새 정부가 추진할 예정인 한반도 대운하 건설, 금융·산업 분리 완화정책에 대한 기대감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 이명박 정부에 기대감 커
개미들은 친기업 성향을 보이는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에 대한 기대가 컸다.
이명박 정부 출범이 국내 증시에 미칠 영향을 묻는 질문에 ‘좋다’(55명) ‘아주 좋다’(5명) 등 긍정적 응답을 한 투자자가 60명이었다. ‘보통이다’는 34명이었고 ‘나쁘다’는 6명이었다.
‘좋다’는 응답자들은 ‘규제 완화 등 친기업 정책으로 기업투자 확대’(18명), ‘사람들의 기대심리 때문에’(9명), ‘경제를 아는 지도자여서’(7명) 등을 주된 이유로 들었다.
이번 설문 결과와 관련해 김은정 신한은행 분당PB센터 팀장은 “전문가들처럼 개인도 올해 증시의 변동성이 클 것이라고 보는 것 같다”며 “이들이 새해 초 다짐한 장기투자, 분산투자의 원칙을 얼마나 잘 지키느냐에 따라 연간 수익률이 좌우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상수 기자 ssoo@donga.com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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