는 1993년 서민들의 삶을 바꿀 새로운 기회가 생겼다.
‘마이크로 크레디트(무담보 소액대출)’ 제도인 ‘프라이드’ (PRIDE·Promotion of Rural Initiative and Development Enterprises)가 시작된 것.
15년 전 탄자니아에서 이 제도가 시행된 이후 지난해까지 극빈자 8만 명이 총 1600만 달러를 빌려 가게를 열었다. 대출금 상환율도 99%에 이를 정도로 대단히 높았다.》
저소득층 창업자금 대출… ‘자선’ 아닌 ‘지원’
마이크로 크레디트는 담보나 보증이 부족해 은행 문턱을 넘을 수 없는 빈민층에 담보 없이 소액의 창업자금을 대출해 주는 제도다.
이 제도의 창시자는 2006년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무하마드 유누스(사진) 그라민 은행 총재. 엘리트 경제학자였던 유누스 총재는 고리대금업자에게 시달려 빈곤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고국 방글라데시 빈민층의 삶을 본 뒤 1974년 무담보 소액대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1983년에는 이 프로젝트를 은행의 형태로 바꾸고 ‘시골’이라는 뜻의 ‘그라민’을 은행이름으로 정했다. 그라민 은행은 세계 50여 개국에 마이크로 크레디트 모델을 전파했다.
한국에서도 ‘사회연대은행’ ‘신나는 조합’ 등이 2000년대 초반에 문을 열어 저소득층에 낮은 이자율로 창업자금을 대출해 주고 있다.
한국의 마이크로 크레디트 사업은 올해 더욱 활기를 띨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은행들의 휴면예금을 저소득층 지원에 활용하는 ‘휴면예금 관리재단’이 1분기(1∼3월) 중 설립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도 최근 마이크로 크레디트 은행 6곳을 전국에 세울 예정이라고 밝혔다.
마이크로 크레디트 사업이 저소득층의 실질적 자립으로 이어지도록 하려면 반드시 지켜야 할 원칙이 있다. 유누스 총재는 마이크로 크레디트 은행과 관련해 이렇게 지적했다.
“마이크로 크레디트 은행은 ‘자선 단체’가 아니다. 빈민층을 사회 원조에 묶어 두지 말고 경제 흐름 속으로 끌어들여 ‘경영인’으로 만들어야 한다.”
이지연 기자 chan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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