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 베른하르트 메어포르트 주한유럽연합상공회의소(EUCCK) 회장 대행은 10일 서울 종로구 주한 유럽상의 사무실에서 열린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금융서비스 경쟁력을 높이는 해법으로 ‘윔블던 모델’을 제시했다.
런던 교외의 작은 도시에서 열리던 테니스 경기가 개방을 통해 세계 최고 수준의 대회가 된 것처럼 한국의 금융시장도 과감히 개방해야 한다는 것. 그는 이를 ‘윔블더나이제이션(Wimbledonization)’이라고 표현했다.
그러나 금융 허브가 되기에는 걸림돌이 많다고 지적했다. 특히 지난해 외환은행 인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과정을 사례로 들며 “인수자로 ‘DBS(옛 싱가포르개발은행)는 안 되고, 국민은행은 괜찮다’는 식의 외국인 투자자 차별 관행을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금융 감독당국이 아주 사소한 것까지 관리하려고 드는 ‘마이크로 매니지먼트’식 규제 방식도 대폭 개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메어포르트 회장 대행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산하 국가경쟁력강화특위 공동위원장으로 데이비드 엘든 두바이국제금융센터 회장이 임명된 것에 대해 큰 기대감을 나타냈다. “제가 1990년대 한외종금 수석부사장으로 일하던 시절 그는 비(非)상임이사였죠. 금융시장과 투자 유치에 해박한 지식과 경험을 지닌 만큼 한국경제에 큰 도움이 될 겁니다.”
15일로 예정된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과 외국계 경제단체의 상견례에서 그는 “민영화가 국책은행뿐 아니라 우체국의 예금 및 보험 업무, 각종 정부기관 (업무)까지 광범위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제안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북(對北) 투자사업에 대해 “북한은 정치적 안정이 필요하고 인프라스트럭처가 매우 열악하기 때문에 조심스럽다”며 신중한 자세를 보였다.
메어포르트 회장 대행은 1979년 독일 코메르츠은행에 입사한 뒤 1990년 한외종금 수석부사장으로 부임하면서 한국과 인연을 맺었고 1998∼2003년 외환은행 부행장을 지낸 국제금융 전문가이다.
김유영 기자 abc@donga.com
차지완 기자 c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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