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업계 ‘새판 짜기’ 후끈…10여개 증권사 설립 움직임

  • 입력 2008년 1월 11일 03시 00분


《“최대 주주가 지분 매각을 위해 협의하고 있다.” 신흥증권은 3일 이런 공시를 내놨다. 현대·기아 자동차그룹의 ‘신흥증권 인수합병(M&A) 추진설(說)’이 금융계에 돈 직후였다. 다음 날인 4일 두산그룹 금융계열사 두산캐피탈은 “BNG증권의 보유 지분을 26%에서 79%로 늘렸으며 향후 자본금을 확충해 종합증권사로 키울 계획”이라고 밝혔다. 새해 들어 국내 증권업계에 지각 변동이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내년 2월 시행될 자본시장통합법(자통법)이 이번 변화의 진앙. 금융당국의 증권사 신규 설립 허용 등으로 2002년 10월 이후 처음으로 신설 증권사도 등장할 예정이다.

○ 신규 설립과 인수합병으로 분주

금융감독위원회는 10일 정례 브리핑에서 “현재까지 국내외 10여 개 회사가 종합증권업 또는 위탁매매업 등의 증권사 설립을 위해 비공식적으로 접촉해 왔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금융당국의 고위 관계자는 “10여 곳 가운데 종합증권사 설립에 관심을 가진 회사는 기업은행, SC제일은행, 아주그룹, KTB네트워크 그리고 몇몇 기관투자가로 구성된 펀드 등 5곳 정도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들이 내년 자통법 시행에 맞춰 증권사를 설립하려면 올해 8월 증권사 재인가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이달 말까지는 예비허가 신청서를 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아주그룹 측은 “현재 레미콘 등 건설자재와 대우캐피탈 등 2개 사업부를 갖고 있다”며 “증권업에 진출해 대우캐피탈과 함께 금융을 성장사업으로 키우려는 목표를 갖고 있으며 1월 말까지 예비허가 신청을 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기업은행은 지난해 11월 자본금 3000억 원 규모의 IBK투자증권(가칭)을 설립하겠다고 이미 밝힌 바 있다. 영국계 스탠더드차터드은행(SCB)은 한국에서 종합금융회사로 발돋움하기 위해 상호저축은행업, 할부금융업에 이어 증권업에도 진출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그룹은 증권사 신설과 인수 양쪽 방안을 놓고 고민하던 중 최근 인수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캐피탈 측은 “자통법으로 증권사에 지급 결제 기능이 생기면 수신이 급증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계열사의 자금조달 비용이 줄 것으로 예상되며 현대카드 등과 시너지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 “진입장벽 낮춰 경쟁 촉진”

금융당국이 최근 증권사 신설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게 된 것은 증권사 대형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국내외 증권사가 54개에 이르지만 ‘보이지 않는 진입장벽’이 기존 증권사의 프리미엄을 높여 M&A의 걸림돌로 작용해 왔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의 관계자는 “최근 위탁매매 중심의 소형 증권사들 중에서는 ‘가격이 더 떨어지기 전에 팔자’는 움직임도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교보증권 등 소형 증권사 7곳이 매물로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옛 서울증권을 인수해 사명(社名)을 바꾼 유진투자증권은 교보증권 인수에 관심을 갖고 있다.

한편 증권사의 신규 진입 허용만으로는 증권업계 개편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전문인력 육성에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리는 데다 ‘몸값’이 비싼 증권 관련 인력을 단기간에 많이 확보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금융당국 증권업 신규 진출 허가 심사항목
심사 항목주요 내용
자본금△종합증권업: 500억 원 △자기매매 및 위탁매매: 200억 원 △자기매매: 30억 원
인력△종합증권업: 자산운용(5명) IB(5명) 리스크관리(2명) 조사분석(4명) 내부통제(2명) 전산(4명) 투자상담(8명) 등 △자기매매 및 위탁매매: 자산운용(3명) 리스크관리(2명) 조사분석(2명) 내부통제(1명) 등
물적 요건전산설비와 사무기구 등 업무시설
사업 계획의 타당성경영목표와 사업계획의 구체성과 실현 가능성. 대표이사 등 경영진의 전문성과 평판 등
주요 출자자의 적격성증권 산업 및 시장 발전에 기여할 가능성 여부: 금융업 영위 경험, 사회적 평판, 전문인력 육성에 대한 비전, 증권업 영위 능력
자료:금융감독원

이나연 기자 larosa@donga.com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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