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총리실 관계자는 “스페인은 산업관광상무부를 두고 관광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11%로 올리기 위해 주요국에서 스페인 이미지를 높이는 전략을 추진 중”이라며 “다른 나라에 노하우가 노출되는 것을 꺼릴 정도로 국가브랜드 전략을 중시하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한국을 세계에 부각시킬 수 있는 국가 차원의 마케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브랜드 가치가 기업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요인인 것처럼 국가브랜드도 국가경쟁력을 높이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는 것이다.
세계 주요국들은 일찌감치 이 같은 사실을 인식하고 국가브랜드를 알리기 위한 전략을 추진해 왔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도 치밀한 전략을 세워 ‘주식회사 대한민국’을 세계에 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 국가브랜드 가치를 높여라
산업정책연구원이 지난해 11월 말 한국 등 세계 40개국의 국가브랜드 가치를 조사해 발표한 결과 한국의 국가브랜드 가치는 8732억 달러(약 820조8080억 원)로 10위에 올랐다. 1위인 미국 7조6398억 달러의 11.4% 수준.
국가브랜드 가치는 제품 및 서비스 수출액과 관광 수입에 국가브랜드 파워지수를 곱한 것으로 국가브랜드 파워지수는 연구원이 평가한 국가경쟁력과 세계 65개국에서 이뤄진 국가별 친근도 등에 관한 설문조사를 토대로 산출된 것이다.
세계 4위에 오른 일본의 브랜드 가치는 2조6785억 달러로 한국의 3배를 넘는 수준이었으며 7위를 차지한 중국의 브랜드 가치도 1조5452억 달러로 한국의 두 배 수준에 육박했다.
이 같은 국가브랜드 가치의 차이는 해당 국가에서 제공되는 제품과 서비스의 가격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산업자원부는 지난해 세계 21개국 대도시에 사는 성인 남녀를 대상으로 ‘100달러짜리 한국의 제품과 똑같은 품질의 제품을 다른 나라에서 만들었을 때 얼마를 받을 수 있을지 답해 달라’고 묻는 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독일 제품이 155달러로 가장 높았고 일본과 미국 제품은 각각 148.7달러, 148.6달러라는 평가를 받았다.
현대 마케팅의 대가인 필립 코틀러 미 노스웨스턴대 석좌교수는 “국가에 대한 이미지에 따라 상품 브랜드에 대한 이미지가 달라진다”며 “국가 차원에서 마케팅 전략을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국가브랜드 가치 조사를 담당하는 산업정책연구원 이화진 연구원은 “국가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는 국가 차원의 마케팅 전략이 얼마나 효과를 보고 있는지를 제대로 분석해서 외국인들이 한국을 친근하게 느끼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 기업브랜드 활용해 국가브랜드 높여야
세계 휴대전화 단말기 시장 1위 업체인 노키아는 세계 시장에 첫선을 보일 때 일본 브랜드로 오해를 받았다. 발음이 일본 브랜드와 비슷하다는 이유였다.
노키아 관계자는 “전자제품의 대명사로 꼽히던 일본 브랜드의 후광(後光)효과의 도움을 받았던 게 사실”이라며 “하지만 이제는 노키아가 핀란드 제품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소비자는 거의 없을 정도이며 그 결과 핀란드의 국가브랜드 가치도 크게 높아졌다”고 말했다.
미국의 마케팅컨설팅업체인 앤더슨 애널리틱스가 지난해 말 미국 대학생 1000명을 대상으로 유명 브랜드의 국적 인식 조사를 실시한 결과 57.8%가 ‘삼성은 일본 브랜드’라고 대답했다. 한국 브랜드라고 알고 있는 대학생은 9.8%에 불과했다.
삼성 LG 등 한국의 간판기업 브랜드를 국가브랜드와 연계시키는 전략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한국의 국가브랜드가 개선되면 한국에서 만들어진 다른 제품들의 가치도 함께 올라갈 것이므로 기업브랜드 개선→국가브랜드 가치 제고→다른 기업브랜드 개선의 선순환 구조를 이룰 수 있다는 것이다.
○ 유럽 “한국, 역동적” 미국 “전문성 갖고 있다”
해외 시장별 맞춤형 브랜드 마케팅도 중요하다. 해당 지역의 한국에 대한 브랜드 이미지를 토대로 한국산 상품의 마케팅 전략을 짜는 연계 전략이 필요하다.
KOTRA에 따르면 유럽과 아시아에서는 ‘한국은 역동적’이라는 인식이 강하고 미국에서는 ‘한국은 전문성을 갖고 있다’는 이미지가 두드러졌다. 해외 시장별로 한국에 대한 이미지가 서로 다르다는 것이다.
이 점에 착안해 정부와 기업이 공동으로 맞춤형 해외 마케팅에 나서는 실험도 진행되고 있다.
국산 아웃도어 브랜드 트렉스타는 신제품 아웃도어 신발 ‘코브라’를 내놓고 미국 서부지역 공략을 시장했다. 미국 내에서도 중국산에 비해 한국산의 품질경쟁력에 대한 인지도가 높은 미국 서부 시장만 진출하기로 결정한 것.
한국산을 되도록 알리지 않는 다른 중소기업과 달리 ‘메이드 인 코리아’를 드러내고 품질경쟁력을 강조하는 마케팅 전략을 세웠다. 해당 지역의 점주에게 산악인 엄홍길 씨의 사진과 사인이 들어간 한글과 영문이 병용된 카탈로그를 발송하고 제품의 품질을 강조했다. 정부는 브랜드 마케팅 비용의 70%를 지원했다.
그 결과 한때 미주시장 진출에 실패했던 이 회사는 올해 40만 달러 규모의 ‘코브라’ 제품을 미국에 수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창현 KOTRA 시장개척팀 과장은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지역에 따른 차별화된 국가브랜드 마케팅 전략을 수립하고 맞춤형 상품 마케팅 전략을 펼쳐야 한다는 결론을 얻었다”고 말했다.
신치영 기자 higgledy@donga.com
박용 기자 par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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