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와 데이트하라” 기업 IR의 새 트렌드

  • 입력 2008년 1월 12일 02시 56분


포스코 이구택 회장이 미국 뉴욕에서 해외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사업 현황, 실적 등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제공 포스코
포스코 이구택 회장이 미국 뉴욕에서 해외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사업 현황, 실적 등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제공 포스코
포스코 지분을 갖고 있는 한 기관투자가는 이 기업에 대해 궁금한 점이 생기면 포스코 기업설명회(IR) 홈페이지에 접속한다. IR팀에 전화해 일일이 약속을 잡을 필요 없이 여기에 신청하면 원하는 날짜와 시간에 IR팀 담당자를 만날 수 있다. ‘방문 미팅’이 어려우면 e메일을 통해 답변도 해준다. 지난해 투자자의 요청에 따라 포스코가 진행한 1 대 1 미팅은 총 208회.

한국 기업들의 IR 행태가 변화하고 있다. 투자자를 한데 모아 놓고 회계 정보 위주의 실적을 발표하던 ‘단발성 행사’는 기존 한국 기업의 전형적인 IR 형태. 하지만 최근에는 투자자들이 있는 곳을 찾아가 적극적으로 설명하거나, 공장에 초청해 각종 체험행사를 여는 등 ‘직접 접촉’의 빈도와 수준을 크게 높이고 있다.

○ 투자자와 거리를 좁혀라

두산인프라코어는 요즘 매달 20∼30회 투자자 미팅을 연다. 1 대 1 미팅 외에도 연간 10회 이상의 국내외 순회 설명회와 크고 작은 세미나를 통해 투자자들과 접촉한다.

‘찾아오는 IR’에서 ‘찾아가는 IR’로 전략을 바꾼 기업도 많다.

대림산업은 중요 기관투자가에게는 직접 찾아가서 원하는 기업 정보를 알려준다. 또 투자자가 최고경영자(CEO)와의 면담을 원하면 이를 적극 주선한다.

‘투명한 IR’를 지향하는 기업도 늘어나고 있다. NHN은 매달 국내외 투자자에게 2, 3쪽 분량의 ‘IR 뉴스’를 배포한다. IR 뉴스에는 이 회사와 관련한 좋은 소식뿐 아니라 나쁜 소식까지 가감 없이 담는 것이 특징이다.

한국IR협의회가 지난해 9월 상장법인 201개사를 대상으로 IR 활동과 관련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2006년 6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50회 이상 투자자와 1 대 1 미팅을 한 법인은 61곳(30.3%)이나 됐다.

○ 투자자에게 기업을 ‘느끼게’ 하라

숫자 위주의 실적 발표에서 벗어나 투자자들에게 공장을 공개하거나 주력 상품을 체험하도록 하는 ‘체험형 IR’도 확산되고 있다.

최근 프리미엄 세단인 ‘제네시스’를 내놓은 현대자동차는 지난해 12월 초 경기 화성시 주행 시험장에서 국내 증권사 펀드매니저, 연구원들을 대상으로 제네시스와 독일 벤츠, BMW 등 고급차를 비교 시승하는 행사를 열었다.

현대차 IR 관계자는 “참가자들이 자료로만 보던 신차의 성능을 직접 체험한 뒤 가치를 더 높게 평가하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1년에 한 번 사이판에서 IR 행사를 연다. 사이판은 아시아나항공이 한국 국적기로는 단독 취항하는 곳이며 이 그룹이 운영하는 골프장도 있다.

금호아시아나 관계자는 “골프, 관광을 곁들인 IR를 통해 투자자들에게 감사의 뜻을 표시하는 한편 사이판 등지에서 추진하는 레저사업의 투자 가치를 체험하도록 하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한진해운도 투자자들에게 직접 배를 타보게 하거나 항만, 터미널 등 해운 현장을 둘러볼 수 있는 IR행사를 자주 열 계획이다.

한국IR협의회 유도석 차장은 “국내 일부 대기업의 IR 활동은 이미 세계적 수준에 올라 있다”면서 “기업에 유리한 정보만 제공하는 성과 발표 위주의 IR가 아니라 기업의 미래가치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비전 제시형 IR로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