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츠펀드 서브프라임 직격탄 맞고 추락
물 펀 드 “길게 보면 그래도…” 아직 희망
《2007년은 ‘펀드의 해’였다.
주식형 펀드 기준으로 국내 펀드는 평균 35.26%, 해외 펀드는 평균 29.54%의 수익률을 보였다.
예금 금리가 6% 안팎인 것을 고려한다면 엄청난 수익률이다.
하지만 증시 활황으로 펀드 투자자들이 활짝 웃은 지난해
‘못난이 삼형제’로 불린 펀드들이 있다.
일본 펀드, 물 펀드, 리츠 펀드가 바로 그 주인공.
이 펀드들은 지난해 투자자들의 기대를 한껏 받으며 자금을 끌어 모았지만 결과는 비참했다.
수익률 50%가 넘는 펀드가 속출하는 가운데 이들 펀드는 오히려 마이너스 수익률로 투자자를 실망시켰다.
게다가 최악의 수익률 때문에 지난해 하반기(7∼12월)부터
투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가 이 펀드들은 이중고(苦)에 시달리고 있다.》
○ 일본 펀드 수익률 악화로 자금 이탈
“견조한 수출과 설비투자에 비춰 볼 때 일본 주가는 저평가됐다. 올해에는 일본이 뜬다.”
지난해 초 펀드매니저 10명 가운데 6, 7명은 이런 말을 했다. 펀드 전문가들의 호평이 잇따르자 투자금이 몰려들었다. 2006년 말 일본 펀드 자금은 7조3186억 원이었지만 한 달 만에 1조5000억 원이 증가했을 정도였다.
하지만 지난해 일본 증시는 끝내 뜨지 않았다. 지난해 일본 닛케이평균주가 상승률은 ―11.13%로 아시아 증시 중 유일하게 하락했다. 닛케이평균주가가 하락한 것은 2002년 이후 5년 만에 처음이었다.
이 때문에 지난해 일본 펀드 평균 수익률은 ―10.14%로 해외 펀드 가운데 최악의 성적을 냈다. 지난해 64.18%의 수익을 내 해외 펀드 중 1위였던 인도 펀드와 74.32%포인트의 수익률 차가 난 셈이다.
투자자들이 가만히 있을 리가 없다. 지난해 상반기(1∼6월)까지 7141억 원의 자금을 끌어 모은 프랭클린템플턴재팬은 이달 2일 현재 설정액이 3479억 원으로 6개월 사이 절반(3662억 원)이 빠져나갔다.
○ 물 펀드, 리츠 펀드도 투자금 까먹어
해외 부동산에 투자하는 글로벌 리츠 펀드도 수익률이 안 좋았다.
펀드 평가사인 제로인에 따르면 해외 부동산형 글로벌 리츠 재간접 펀드 25개의 지난해 평균 수익률은 ―15.85%였다.
굿모닝신한증권 이계웅 펀드리서치팀장은 “글로벌 리츠 펀드는 대개 자산의 45∼50%를 미국 부동산에 투자하는데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의 영향으로 미국 내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면서 투자 수익률이 바닥이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상반기까지 설정액이 1조4675억 원이던 골드만삭스글로벌리츠는 2일 현재 설정액 5214억 원으로 쪼그라들었다. 6개월 만에 9461억 원의 투자금이 빠진 것이다.
물 펀드 역시 지난해 바람을 일으키면서 투자금을 모았지만 상당수가 마이너스 수익률을 내 투자자들을 괴롭게 했다. 물 펀드는 물과 관련된 상수도 및 하수·오수처리 산업, 수자원 관련 인프라스트럭처, 생수산업 등에 투자하는 펀드를 말한다.
○ 올해 전망도 불투명
이들 펀드의 실패는 자산운용사들의 무리한 마케팅과 유행을 좋아하는 개인투자자들의 성향이 맞물려 발생했다고 펀드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제로인의 허진영 연구원은 “과거의 수익률을 지나치게 신뢰하거나, 유행에 편승해 투자했다가 실패한 투자자들은 많은 교훈을 얻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 펀드의 올해 전망도 그리 밝지는 않다.
일본 증시는 올해 미국의 경기 침체 가능성 때문에 시가총액 상위 종목인 수출주들이 약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돼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비관적 시각이 강하다.
글로벌 리츠 펀드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여진(餘震)이 가라앉지 않은 상태라 불안하다.
이에 비해 물 펀드는 장기적인 성장성을 본다면 투자를 고려해 볼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대신증권 이승재 연구원은 “인구 증가와 산업화에 따라 국제적인 물 부족 현상은 점점 심해질 것으로 보여 물 관련 산업의 장기 성장성은 여전히 긍정적”이라고 밝혔다.
김상수 기자 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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