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평택시 LG디지털파크 단지 안에 있는 LG전자 생산성연구원은 최근 6개월 사이 이름이 두 번 바뀌었다. 지난해 6월 말 기존의 ‘기술연구원’에서 ‘생산연구원’으로, 새해 1일 다시 ‘생산성연구원’으로 변경된 것이다. LG전자 생산성 향상의 핵심 기반으로 인정받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스스로 각종 프로젝트를 창출하며 연간 수백억 원의 이익을 남기는 ‘자립형 연구개발(R&D) 조직’으로 잘 알려진 이 연구원을 최근 찾아가 생산성의 비결을 살펴봤다. 》
○ 설립당시 수익률 30% 그쳐
이상봉 원장(부사장)은 “당시 연구원의 투자 대비 수익은 30% 정도에 불과했다”고 말했다. 예산이 100억 원이라면 30억 원의 효과밖에 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연구원은 늘 열심히 일했지만 수행하는 연구는 대부분 생산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것과는 동떨어져 있었다. 예산을 대는 계열사들에서 “우리한테 이익이나 도움 되는 것이 없는데 왜 돈을 대야 하느냐”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회사는 이런 ‘연구원 무용론’을 강하게 제기하는 제조 현장의 사업부장 몇 명을 연구원으로 전보시켰다. 이후 연구원 내에서 ‘고객이 필요로 하는 것을 연구하자’는 자성의 바람이 일었다.
연구원들은 서울 남대문시장에서 산 ‘007 가방’에 스톱워치 줄자 설문지 등 사업 현장의 문제점 파악에 필요한 도구를 챙겨 들고 계열사를 누비기 시작했다.
이 원장은 “환자(사업부)들을 직접 찾아다니며 건강검진(생산성 점검)을 한 셈”이라고 회고했다.
그러던 차에 1993년 미국 IBM에 판매된 LG전자 모니터에서 심각한 불량이 발생해 두 달 안에 정상 제품으로 다시 납품해야 하는 대형 사고가 터졌다. 연구원은 여름과 추석 휴가를 모두 반납한 채 생산 라인을 다시 설계해 극적으로 납기일을 맞췄다.
이 일을 계기로 ‘연구원에 돈 내는 것이 아깝지 않다’는 평가가 나오기 시작했다. 자립경영의 틀이 마련된 것이다. 1997년 외환위기가 닥쳤지만 구조조정의 바람은 연구원을 비켜 갔다.
○ LG전자 생산성의 전진기지
1999년에는 드디어 재정자립률 100%를 넘겼다. 연구원이 각종 프로젝트 수행으로 벌어들이는 돈이 운영 비용보다 많아진 것이다.
직원도 2000년 말 264명, 2003년 말 358명, 2007년 말 486명으로 꾸준히 늘어났다. 이 원장은 “‘고객 없는 막연한 연구’가 사라지면서 수익으로 재투자가 가능한 연구원으로 거듭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남용 LG전자 부회장은 지난해 6월 ‘전사(全社) 낭비제거 추진 사무국’을 이 연구원 안에 설치했다. “LG전자 전 임직원을 생산성으로 무장시켜 달라”는 당부가 담긴 조치였다.
제품 개발 시작 단계부터 고객의 가치를 철저히 반영하는 이 연구원의 혁신 프로그램인 ‘VIC21’ 등이 평가받은 결과이기도 하다.
이 원장은 “앞으로 연구원의 활동과 연구 영역을 환경기술, 각종 규제, 품질 문제 전반 등으로 더욱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평택=부형권 기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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