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한은총재 - 姜인수위 간사, ‘한은 독립’ 10년만의 재대결

  • 입력 2008년 1월 12일 02시 56분


97년 한은법 개정때도 충돌

“한국은행은 독립성을 주장하지만 책임은 지지 않는 구조다.”(강만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간사·8일 기자들과 만나)

“한은의 독립성을 존중하는 게 경제정책을 펴나가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이성태 한국은행 총재·10일 기자간담회에서)

한국은행 독립성 문제를 둘러싸고 두 사람 사이에 또다시 일촉즉발의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강 간사와 이 총재는 10여 년 전 한은법 개정을 둘러싸고 정면충돌했을 때도 최전선에서 맞섰던 주인공들. 강 간사는 1997년 말 재경원 차관으로 △재경원 장관이 위원장인 금융통화위원회 아래에 한은을 집행기구로 두고 △한은 총재의 지휘를 받던 은행감독원을 금감원으로 떼어 내는 내용의 한은법 개정안을 만들어 국회 통과를 위해 앞장섰다.

당시 이성태 한은 기획부장은 국회 등 대외업무를 총괄하며 최전선에서 한은법 개정을 저지했다. 은감원은 금감원으로 넘어갔지만 당시 재경원 장관이 맡았던 금통위 의장 자리는 한은 총재에게 넘어갔다.

강 간사는 재경원을 떠난 후에도 두고두고 이를 아쉬워했으며 아직도 금통위를 한은에서 분리해야 한다고 믿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이번 강 간사와 이 총재 간 대립의 방아쇠는 먼저 강 간사가 당겼다.

강 간사는 한은의 인수위 보고를 하루 앞둔 8일 기자들과 만나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매주 대통령이 주재하는 경제회의에 참석하며 행정부 정책을 최대한 반영한다”며 한은도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9일 한은의 인수위 보고 때에는 수십 분에 걸친 마무리 발언을 통해 “한은도 정부조직 중 하나인 만큼 정부 정책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10일에는 이 총재가 작심한 듯 방어에 나섰다. 이 총재는 금통위를 주재한 뒤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통화정책의 독립성이 흔들려서는 안 된다”며 중앙은행 독립에 대해 거침없이 소신을 밝혔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는 형식이었지만 답변이라기보다는 훈계나 연설에 가깝다고 할 정도로 장황하고 때로는 흥분된 어조를 띠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게 전개되자 소신을 굽히지 않는 한은 총재와 7% 경제성장률을 목표로 삼는 정부가 과연 협력과 조화를 이뤄나갈 수 있을지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게다가 강 간사는 차기 정부의 초대 재정경제부(또는 재경부를 대체할 새로운 부처) 장관으로 거론되고 있어 1945년생 동갑내기인 강 간사와 이 총재의 인연의 끈이 앞으로 얼마나 이어질지도 관심사다.

신치영 기자 higgledy@donga.com

▼“한국은행 독립성 세계평균 못미쳐”

IMF 보고서… 멕시코 - 칠레에도 뒤져▼

국제통화기금(IMF)이 한국은행의 독립성을 세계 163개국 중앙은행의 평균보다 떨어지는 것으로 평가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11일 재정경제부에 따르면 IMF는 지난해 4월 펴낸 보고서에서 2003년 말 기준으로 한국은행이 한국 정부로부터 독립한 정도를 0.56으로 평가했다.

이 지수는 0에 가까울수록 독립성이 낮고, 1에 가까울수록 그 반대임을 의미한다. IMF가 조사한 세계 각국 중앙은행 163곳의 독립성 지수 평균은 0.59였다.

IMF에 따르면 한국은행의 독립성은 미국(0.75) 영국(0.69) 캐나다(0.63) 프랑스(0.94) 네덜란드(0.88) 스위스(0.94) 등 선진국 중앙은행에 비해 많이 떨어졌고, 브라질(0.63) 인도네시아(0.69) 멕시코(0.69) 칠레(0.88)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일본(0.44)과 싱가포르(0.38)보다는 높았다.

IMF는 특히 한국은행의 정치적 독립성이 0.25로 매우 낮다고 평가했다. 이는 요르단(0.25)이나 말레이시아(0.25) 모로코(0.25)와 비슷한 수준이다.

IMF는 중앙은행의 정치적 독립성을 평가하는 요소로 △중앙은행 총재와 이사진 임명 주체 △중앙은행 총재의 임기 △통화정책 집행 권한 △정부와 갈등이 발생할 경우 법적인 보호 장치 등을 들었다.

반면 한국은행의 경제적 독립성은 0.88로 미국 캐나다 프랑스 핀란드(이상 0.88)와 같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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