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야쿠르트에는 친숙한 가족적 문화가 뿌리 깊다.
‘신입사원 멘터링’ 제도가 대표적이다. 신입사원에게 주임∼과장 직급인 동성(同性)의 선배를 멘터로 지정해 주고 1년 동안 자유롭게 교류하도록 한다. 사회생활을 갓 시작한 후배들을 가족처럼 돌봐 주자는 취지다.
지난해 9월부터는 매주 수요일을 ‘프리데이(Free Day)’로 정해 오후 6시 정각이 되면 모든 직원이 바로 퇴근한다. 이날 저녁에는 야근이나 회식을 할 수 없다. “평일에 단 하루라도 가족과 함께 저녁 시간을 보내자”는 양기락 사장의 제안이었다.
한국야쿠르트는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하고 있다. 임직원 1730여 명이 모두 사내(社內) 봉사활동 조직 ‘사랑의손길 펴기회’에 가입해 매달 급여의 1%를 봉사활동기금으로 내놓는다. 야쿠르트 아줌마들은 독거노인을 돌보는 일에 적극 나서고 있다. ‘외로운 노인 방문 운동’과 김장을 담가 불우이웃에게 나눠 주는 ‘사랑의 김장 나누기’ 등도 꾸준히 실천하고 있다.
그 덕분에 한국야쿠르트는 대외적인 이미지도 친근한 편이다.
조현선 자재부문 이사는 “한국야쿠르트에서 일한다고 말하면 초면에도 호감을 갖고 대하는 사람이 많아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노란 제복으로 친숙한 ‘야쿠르트 아줌마’는 한국야쿠르트에 가족적인 기업문화를 퍼뜨린 일등공신으로 꼽힌다.
인천 작전점에서 점장을 맡고 있는 사원 채찬(27) 씨는 “아침을 거르고 출근했는데 어머니뻘 되는 여사님(야쿠르트 아줌마를 부르는 호칭)들이 손수 따뜻한 밥을 해 주셨다”며 “영업장을 옮길 때 나를 떠나보내며 눈물을 보이던 여사님들도 있어 가슴이 뭉클했다”고 말했다.
현재 전국 594개의 영업장에서 1만3500여 명의 야쿠르트 아줌마가 일하고 있다. 이들은 방문판매원이어서 한국야쿠르트 직원이 아닌 개인사업자에 해당한다. 야쿠르트 아줌마들의 1인당 하루 평균 음료 판매량은 550병, 매출액은 23만 원꼴이다. 한국야쿠르트의 지난해 매출액 9800억 원 가운데 야쿠르트 아줌마들이 올린 매출액은 8000억 원이나 된다. 전국 구석구석을 누비며 고객을 밀착 관리하는 막강한 유통파워다.
그러나 최근에는 영업망에 대한 고민도 많다.
박철규 총무부문 부장은 “대형 할인점, 편의점 등 유통 경로가 다양화된 최근에는 방문판매에만 의존하는 영업망이 약점이기도 하다”라고 말했다.
고정완 홍보부문 이사는 “힘든 일을 기피하는 사회 풍토 탓에 야쿠르트 아줌마를 모집하기가 점차 어려워지고 있다”고 밝혔다.
‘함께하는 활력사회 만들어가는 뜨거운 가슴들아 세계를 품자∼. 힘차게 나가자. 한국야쿠르트여∼!’
평일 아침 9시 서울 서초구 잠원동 한국야쿠르트 사옥에는 출근 시간을 알리는 사가(社歌)가 울려 퍼진다. 1970년대 새마을운동을 연상시키는 이 노래는 점심시간과 퇴근 시간인 오후 6시에도 방송된다. ‘칼’같이 출퇴근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지만 가능한 한 업무 시간 안에 일을 마치자는 뜻이다. 직원들은 근무 시간에 모두 제복을 입고 일한다. 보수적인 기업문화를 엿볼 수 있는 사례다.
한국야쿠르트의 한 신입사원은 이 회사의 사풍(社風)에 대해 “21세기에도 살아 있는 20세기형 기업문화”라고 귀띔했다.
앞으로 여성 관리자를 늘리는 것도 과제다.
기혼 여성 인력이 주요 영업망이지만 4년제 대졸사원 기준으로 여성 직원 비율이 7%에 불과하다. 지금까지 여성 임원은 한 명도 나온 적이 없다. 가장 높이 승진한 여성이 차장으로 1명뿐이다.
김범준 인사팀장은 “주요 고객이 주부들인 만큼 이들의 심리를 꿰뚫을 수 있도록 여성 직원을 점차적으로 더 뽑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공개 채용한 101명 가운데 여성은 29명이었다.
신성미 기자 savoring@donga.com
▼신입사원들이 말하는 “한국야쿠르트는 □다”▼
‘청년’이다=새로운 꿈을 향해 도전하기 때문에
‘맛집’이다=아는 사람은 알고 모르는 사람은 모르는 숨은 강한 기업
‘보물선’이다=내 인생의 보물을 찾아 떠나는 배
‘한국인의 세대 공감’이다=한국인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토종 브랜드
‘마누라’다=평생 인연이라 생각하고 사랑하겠다
‘미래’다=한국 토종 유산균 발효유의 미래이자 나의 미래
‘봉사’다=사회 공헌을 최우선으로 하는 기업 분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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