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강화한다 보강한다, 이런 표현이 아니라 전쟁을 해서 승리해 전리품을 얻어 와야 합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글로벌 경영의 가시적인 성과를 강하게 주문하고 나섰다.
최 회장은 10, 11일 전 계열사에 방영된 사내(社內)방송에서 “지난해까지 글로벌경영의 기반작업을 어느 정도 했다”며 “올해부터는 가시적으로 피부에 와 닿는, 체험할 수 있는 그런 일들이 생겼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항상 변할 수 있는 사람이 되자고 생각하는 것이 차라리 편할 것이며 기업경영에 있어 변화는 선택이 아니다”라며 “우리의 변화 속도가 세상의 변화 속도보다 떨어진다면 낙오자가 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앞서 2일 발표한 신년사에서도 “올해가 진짜 진짜 진짜 중요하다”며 임직원의 변화를 촉구했다.
올해 초부터 이어지는 최 회장의 강공 드라이브는 SK의 고민을 총체적으로 담고 있다는 게 그룹 안팎의 분석이다.
SK는 그동안 양적인 부문에서는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뤘지만 성숙기에 접어든 내수산업 위주이며 중국사업 등 글로벌 경영에서는 아직 기대만큼 성과물을 내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그룹이 전체적으로 성장의 정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최 회장은 ‘변화의 메가트렌드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기술이 계속 발전하는 디지털라이제이션, 세계가 서로 통하는 글로벌라이제이션, 인간이 행복을 추구하는 행복 추구 3가지로 나눌 수 있다”며 “SK도 이에 맞춰 입체적으로 변화해야 생존할 수 있다”고 역설했다.
1960년생 쥐띠인 최 회장은 지난해 개봉한 애니메이션인 ‘라따뚜이’에서 요리에 영감을 얻어 최고 요리사가 된 생쥐를 소개하며 “누구든지 노력을 하면 자신이 상상하지 못했던 데까지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방송은 최 회장이 SK그룹 사내방송 출범을 기념해 3일 녹화한 것으로, 사원들과 질의응답 식으로 150여 분 동안 진행됐다. 최 회장은 화이트보드를 6번이나 지워 가며 신년 구상을 밝혔다.
김유영 기자 ab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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