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색을 이곳에 넣어도 괜찮을까.”
지난해 봄, 경기 수원시 영통구의 삼성전자 디지털미디어(DM) 연구소.
몇몇 연구원이 너비 약 5cm에 불과한 TV 화면 테두리의 색상 디자인을 놓고 깊은 고민에 빠져 있었다.
이들은 150여 종류의 시제품을 만들어 보고 나서야 테두리를 빨간빛의 유리 공예품 느낌으로 꾸민 ‘터치오브컬러(TOC)’ 디자인을 최종적으로 확정할 수 있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어떤 디자인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사업의 성패가 결정되는 ‘디자인 리스크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고 말했다.
TV 화면의 테두리(베젤·bezel) 디자인 경쟁은 이번 미국 라스베이거스 ‘국제 가전전시회(CES 2008)’에서도 목격할 수 있었다.
일본의 소니와 네덜란드의 필립스는 고광택 검은색 테두리에 투명 아크릴로 유리를 덧댄 느낌의 장식을 만들었다.
LG전자는 앞면의 유리와 테두리의 경계를 아예 없애고 앞면을 통유리 형태로 바꾼 디자인(PG 60시리즈)을 공개했다.
반면 일본 도시바(GEGZA 시리즈)는 테두리를 꾸미는 대신 테두리 너비를 2cm가량으로 좁게 만들어 차별화를 시도했다.
전문가들은 “대부분의 기업이 2006년 와인 잔 모양의 디자인으로 큰 성공을 거둔 삼성전자의 ‘보르도TV’의 영향을 받아 테두리에 검은색 고광택 소재(일명 블랙 하이그로시)를 사용하되 별도의 차별화 포인트를 두는 디자인을 시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기업들은 이 같은 테두리 디자인 경쟁이 TV의 음향 디자인 분야로 자연스럽게 옮겨 갈 것으로 보고 있다.
앞면의 테두리 디자인을 신경 쓰다 보면 스피커가 TV 뒤쪽이나 아래쪽으로 옮겨지는 ‘인비저블(invisible) 스피커’ 디자인이 많아지고, 이에 따라 음향이 좋아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김용석 기자 nex@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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