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아시아나, 대한통운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

  • 입력 2008년 1월 18일 03시 00분


대우건설 이어 또… ‘M&A 황금손’ 과시

인수금액 4조원대 초반… 5년간 고용보장 약속한 듯

올해 인수합병(M&A) 시장의 ‘대어(大魚)’로 꼽혔던 대한통운을 인수할 우선협상대상자로 금호아시아나컨소시엄이 선정됐다. 인수 금액은 4조 원을 약간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건설 인수에 성공한 데 이어 대한통운도 인수할 경우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전반적인 위상은 한층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 박삼구 회장의 ‘뚝심’

서울중앙지법 파산4부는 17일 “법정관리 중인 대한통운 인수제안서를 제출한 금호아시아나 STX 한진 현대중공업 등 4개 컨소시엄을 대상으로 평가한 결과 금호아시아나컨소시엄이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고 STX컨소시엄이 2위였다”고 밝혔다.

오민석 서울중앙지법 파산부 공보판사는 “정확한 인수금액을 밝힐 수는 없지만 4조 원대 초반”이라고 말했다.

금호아시아나는 25일 법원 및 매각 주간사회사와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2월 15일까지 기업실사(實査)를 거친 뒤 다음달 22일 본계약을 맺을 예정이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2006년 2월 그룹 창립 60주년 기념식 때 대우건설과 대한통운 인수의사를 밝힌 바 있다. 당시만 해도 ‘무모한 도전’이라는 냉소가 많았으나 모두 현실화하는 ‘저력’을 보여 줬다.

금호아시아나는 사전 준비를 토대로 한 정보전에도 성공했다는 평가다. 이 그룹은 16일 인수제안서를 제출하면서 인위적 사업구조조정을 하지 않겠다는 점과 최소 5년간 전 직원 고용보장을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은 “인수대금의 규모가 일정 수준을 넘어서는 경우에는 인수 후 경영능력 및 사업계획상의 시너지 효과, 종업원의 고용 안정 부문을 중요시했다”고 밝혀 금호아시아나의 ‘전략’이 맞아떨어진 셈이다.

○ 항공-육상 연계 종합물류사업 발판 마련

금호아시아나는 1조4613억 원의 자산을 보유한 대한통운을 인수하면 자산규모가 24조 3343억 원으로 커지게 된다.

금호아시아나는 2006년 말 대우건설을 인수하면서 포스코와 KT 등 민영화된 공기업을 포함한 재계 순위 9위(순수 민간기업으로는 7위)로 도약했다.

이어 대한통운까지 인수하면 8위(순수 민간기업으로는 6위)인 GS그룹(25조1360억 원)과 순위는 변화가 없지만 자산 규모면에서 턱밑까지 따라갔다. 반면 항공·물류 라이벌인 10위 한진그룹(22조8730억 원)과의 격차는 더 벌렸다.

또 대한통운 인수로 종합 물류 사업을 벌일 수 있는 기반도 마련하게 됐다. 기존 계열사인 아시아나항공과 대한통운이 연계 영업을 하면 항공 및 육상 화물 물동량을 늘릴 수 있는 시너지 효과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금호아시아나의 잇단 M&A에 우려를 나타내는 지적도 적지 않다. 대형 M&A로 덩치를 키운 금호아시아나가 대규모 자금 조달로 자칫 ‘자금난’을 겪을지도 모른다는 분석이다.

○ 당혹감과 아쉬움이 교차하는 경쟁업체

이번 인수전에서 고배를 마신 STX 한진 현대중공업 등 경쟁업체들은 착잡한 표정이 역력하다.

특히 대한통운의 2대 주주로 가장 높은 가격을 써낸 것으로 알려졌던 STX는 최종 평가에서 2위를 한 것으로 나타나자 ‘당혹스럽다’는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한진은 표면적으로는 “기업가치에 비해 많은 프리미엄을 주고 인수할 이유가 없다”는 반응이다. 하지만 내심 이번 인수전에서 승리해 금호아시아나에 뒤졌던 재계 순위를 뒤집으려던 의도가 무산된 것에 대해서는 아쉬워하는 분위기도 느껴진다.

현대중공업은 아쉽지만 크게 실망하는 분위기는 아니다. 사업 다각화 차원에서 대한통운 인수를 추진했던 만큼 ‘목숨을 걸고 달려들었던’ 다른 경쟁업체만큼 절박감이 없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조인직 기자 cij1999@donga.com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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