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 카페]백화점 설 매출?… “양말에 물어보세요”

  • 입력 2008년 1월 18일 03시 00분


설이 한 달도 남지 않았습니다. 설 선물세트를 준비하는 주요 백화점과 할인점, 호텔 선물코너는 분주한 모습입니다.

일부 백화점에서는 1000만 원이 넘는 고가(高價)의 양주 선물세트를 준비해 눈길을 끌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상품들은 판매 수량이 한정돼 백화점의 매출 증대에 기여하기보다는 홍보 효과를 높이는 데 그칩니다.

그보다 백화점 매출을 가늠하는 척도는 1만 원 남짓의 양말 선물세트라고 하네요. 백화점 업계는 설을 앞두고 양말 선물세트 판매가 늘면 그해 설 매출도 늘어날 것으로 봅니다.

양말은 백화점에서 살 수 있는 가장 싼 선물 가운데 하나입니다. 유명 브랜드 상품이라고 해도 한 세트에 2만 원 정도입니다. 비누나 치약 같은 선물도 비슷합니다.

그러나 이런 것들이야말로 ‘마음의 여유’가 없으면 하기 힘든 선물이라는 것이 백화점 바이어들의 설명입니다.

보통 소비자들은 친지나 은사, 또는 회사의 거래처 등 ‘꼭 챙겨야’ 할 곳에는 대부분 한우나 굴비, 과일 등 어느 정도 가격이 나가는 선물세트를 마련합니다. 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으면 선물 가격대를 낮추기보다 선물을 전하는 범위를 줄이게 된다는 거죠.

이에 비해 양말은 이웃이나 동료, 혹은 아파트 경비원 아저씨 등에게도 부담 없이 돌릴 수 있습니다. 웬만한 곳을 다 챙긴 뒤 마련하는 선물인 셈이지요.

게다가 백화점 1층의 양말 매장이 북적이면 이를 본 소비자들이 ‘올해는 선물을 많이 구입하나 보다’라는 생각을 하게 돼 실제로 선물을 많이 구입하는 ‘밴드 왜건 효과’도 있다고 하네요. 양말 선물세트 판매가 늘면 설 선물세트의 매출도 늘어나는 이유입니다.

실제로 한 백화점의 지난 5년간 설 연휴 기간 양말 매출과 전체 선물세트 매출을 비교했더니 양말 매출과 설 선물세트 매출은 대략 비슷한 그래프를 그리더군요.

현대백화점은 올 설 연휴를 앞두고 지난해보다 50%나 많은 23만 개의 양말 선물세트를 주문했다고 합니다.

새 정부 경제 정책에 대한 희망이 연초 소비 심리에도 반영될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라는데요, 과연 올해 설 경기가 백화점 업계의 바람대로 살아날지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주성원 기자 산업부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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