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백화점에서는 1000만 원이 넘는 고가(高價)의 양주 선물세트를 준비해 눈길을 끌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상품들은 판매 수량이 한정돼 백화점의 매출 증대에 기여하기보다는 홍보 효과를 높이는 데 그칩니다.
그보다 백화점 매출을 가늠하는 척도는 1만 원 남짓의 양말 선물세트라고 하네요. 백화점 업계는 설을 앞두고 양말 선물세트 판매가 늘면 그해 설 매출도 늘어날 것으로 봅니다.
양말은 백화점에서 살 수 있는 가장 싼 선물 가운데 하나입니다. 유명 브랜드 상품이라고 해도 한 세트에 2만 원 정도입니다. 비누나 치약 같은 선물도 비슷합니다.
그러나 이런 것들이야말로 ‘마음의 여유’가 없으면 하기 힘든 선물이라는 것이 백화점 바이어들의 설명입니다.
보통 소비자들은 친지나 은사, 또는 회사의 거래처 등 ‘꼭 챙겨야’ 할 곳에는 대부분 한우나 굴비, 과일 등 어느 정도 가격이 나가는 선물세트를 마련합니다. 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으면 선물 가격대를 낮추기보다 선물을 전하는 범위를 줄이게 된다는 거죠.
이에 비해 양말은 이웃이나 동료, 혹은 아파트 경비원 아저씨 등에게도 부담 없이 돌릴 수 있습니다. 웬만한 곳을 다 챙긴 뒤 마련하는 선물인 셈이지요.
게다가 백화점 1층의 양말 매장이 북적이면 이를 본 소비자들이 ‘올해는 선물을 많이 구입하나 보다’라는 생각을 하게 돼 실제로 선물을 많이 구입하는 ‘밴드 왜건 효과’도 있다고 하네요. 양말 선물세트 판매가 늘면 설 선물세트의 매출도 늘어나는 이유입니다.
실제로 한 백화점의 지난 5년간 설 연휴 기간 양말 매출과 전체 선물세트 매출을 비교했더니 양말 매출과 설 선물세트 매출은 대략 비슷한 그래프를 그리더군요.
현대백화점은 올 설 연휴를 앞두고 지난해보다 50%나 많은 23만 개의 양말 선물세트를 주문했다고 합니다.
새 정부 경제 정책에 대한 희망이 연초 소비 심리에도 반영될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라는데요, 과연 올해 설 경기가 백화점 업계의 바람대로 살아날지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주성원 기자 산업부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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