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950원 넘을 가능성”… 물가 압박
원-달러 환율이 5개월 만에 최고치를 나타내면서 원화 가치가 가파르게 하락(환율은 상승)하는 것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사태 이후 엔화, 유로화 등 안전자산으로 평가받는 통화의 가치는 급등하는 데 비해 상대적으로 위험한 통화로 평가받는 원화의 가치는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원화 가치의 하락 현상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어 가뜩이나 급등하고 있는 물가의 상승 압력을 더욱 높이고 해외에서 원자재와 부품 등을 수입하는 기업들의 채산성을 악화시킬 것으로 우려된다.
환율 상승으로 수출 여건은 좋아지겠지만 한국의 주요 수출국인 미국이 경기침체에 빠져들고 있고 중국의 긴축정책 강도가 높아지고 있어 경상수지 개선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많다.
1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전날보다 달러당 5.50원 상승한 945.6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으로 지난해 8월 17일 950.40원 이후 최고 수준이다.
전날 4.40원 오른 데 이어 이틀간 9.90원 급등한 것이다. 원-달러 환율은 이날 장중 한때 948.10원까지 급등하기도 했다.
전날 100엔당 18원 급등하며 2년 2개월 만에 최고치를 보였던 원-엔 환율은 이날 100엔당 882.30원으로 전날보다 3.50원 떨어졌다.
이처럼 원화 가치가 약세를 보이는 것은 외국인들이 한국 주식을 팔아 달러를 매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사상 최대 규모인 약 30조 원의 주식을 순매도한 외국인들은 올해 들어 3일 이후 불과 11거래일 만에 4조4716억 원을 추가로 순매도했다.
재정경제부의 한 당국자는 “원화는 주식시장의 변동에 따라 환율이 영향을 받는 ‘주식통화’로 분류된다”며 “국제 금융시장이 불안한 데다 유동성이 부족해지면서 한국에 투자된 국제 투자자금이 빠져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원화의 가치 하락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다는 데 있다. 지난해 11월 1일 이후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가치는 4.65%나 떨어졌다. 같은 기간 엔화의 가치는 7.0%, 유로화는 1.45%, 위안화는 2.72% 올랐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원화 가치 하락 추세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려 있다.
LG경제연구원 신민영 연구위원은 “당분간 국제 금융시장이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사태의 영향으로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일 것”이라며 “국내 시장도 영향권에서 벗어나기 어려워 보여 원-달러 환율이 950원을 넘어설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신치영 기자 higgledy@donga.com
곽민영 기자 havef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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