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간판 기업인 삼성전자의 요즘 표정은 복잡하다.
삼성그룹 비자금 의혹에 대한 특검 수사가 본격화하면서 세계 시장 곳곳에서 삼성 견제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반면 ‘2008 베이징(北京) 올림픽’을 앞두고 중국 기업들 사이에서는 ‘삼성 성공 신화(神話) 따라 배우기’도 한창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각 해외법인에 ‘특검 수사의 여파와 해외 거래처 및 시장의 동향을 파악해 보고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20일 알려졌다.
이 회사 관계자는 “일단 일본의 액정표시장치(LCD) 장비업체가 ‘특검이 시작됐는데 대금을 제때 받을 수 있겠느냐’는 억지 이유를 들며 납품을 거부한 사례가 보고됐다”며 “아직 특이 동향은 많지 않으나 부정적인 ‘도미노 현상’이 일 것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본보 17일자 A12면 참조
삼성, 특검 압수수색 ‘후폭풍’…해외업체서 발주 거부당해
삼성전자는 또 미국이나 유럽 시장보다 글로벌 경쟁 업체가 많은 일본, 시장 쟁탈전이 심한 중국과 동남아 시장에서 삼성 흠집 내기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고 걱정했다. 한 임원은 “일부 아시아 시장에서는 일부 한국 기업도 특검을 ‘삼성 견제’ 수단으로 활용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 안팎에서는 2월 말 열릴 예정인 삼성전자 주주총회에서 특검 수사 대상인 일부 그룹 임원의 삼성전자 등기이사직을 면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그러나 그룹의 한 관계자는 “특검 수사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그런 조치를 하는 것은 성급하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고 전했다.
한편 이런 와중에도 올해 올림픽 개최국인 중국의 언론과 기업들은 ‘올림픽 마케팅 등을 통해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한 삼성전자를 따라 배우자’는 열기가 뜨겁다. 이와 관련된 취재 의뢰가 지난해부터 매월 3∼5건 들어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중국의 경제 월간지인 ‘서우시차이우관(首席財務官)’은 ‘앞으로 어떤 기업이 삼성전자처럼 성공할 수 있을까’라는 대형 기획기사를 통해 1988년 서울 올림픽을 계기로 빠르게 글로벌화한 삼성의 성공 신화를 심층 조명했다. 삼성전자는 이번에도 올림픽의 공식 스폰서로서 중남미 동남아 신흥 시장 공략에 올림픽 마케팅을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부형권 기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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