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오후 충북 충주시 목벌동 일신동양활석광산.
인차(人車)를 타고 지하 수백 m를 내려갈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4륜 구동 지프에 몸을 실었다. 칠흑 같은 어둠과 희뿌연 돌가루로 10m 앞을 내다보기 힘들었지만 높이 5m, 폭 5m나 되는 거대한 동굴이 거미줄처럼 펼쳐졌다. 지하 40m 지점에 다다르자 바위를 깨는 요란한 굉음이 들려왔다. 2t이 넘는 육중한 천공 장비인 ‘크로라 드릴’이 바위를 깨뜨리면 뒤이어 굴착기가 활석 덩어리를 트럭에 옮겨 실었다.
○ 최첨단 장비 동원한 광산의 재개발
광산이 되살아나고 있다.
단일 활석광산으로는 동양 최대 규모인 일신동양활석광산은 1980년대까지만 해도 광원이 600명에 이르는 대규모 광산이었다. 하지만 1990년대 들어 인건비가 치솟고 해외 수입 물량이 급증하면서 경쟁력을 잃어 갔다.
최근까지만 해도 현상 유지에 급급하던 이곳이 다시 부활의 날갯짓을 하는 건 첨단 기술과 현대식 광산 개발 장비가 도입됐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대한광업진흥공사(광진공)가 선진 탐사기술을 동원해 숨어 있던 광맥을 다시 찾아내면서 광산의 재개발이 본격화되고 있다.
지하 900m까지 좁고 깊게 파 내려가며 광물을 캐내던 개발 방식도 수평 개발 방식으로 바뀌었다. 지하로 뻗은 광맥을 쫓아가는 것이 아니라 광맥 주변을 수평으로 개발한 후 다시 개발 지점을 낮추는 식이다.
○ 비싸지는 국제 광물 가격도 한몫
사실상 폐광이던 이 광산이 다시 경쟁력을 갖게 된 것은 최근 중국 정부의 주요 광물 수출 제한에 따른 반사이익이기도 하다.
실제로 2006년 국내 활석 수요량 14만9000t 가운데 중국산은 11만4000t으로 77%를 차지했다. 하지만 중국의 수출 제한 조치가 강화되면서 지난해 상반기(1∼6월) 중국산 활석 수입량은 1만6000t으로 크게 줄었다.
활석은 다른 물질과 함께 섞어 사용해도 화학적 변화를 일으키지 않는 데다 열 내구성과 유연성, 표백효과가 뛰어나 고급 화장품, 고급 종이, 페인트, 플라스틱 등을 만드는 데 ‘약방의 감초’처럼 쓰인다.
이에 따라 국내산 활석보다 30%가량 저렴했던 중국산의 가격도 최근 거의 비슷한 수준까지 올랐다.
충주=김창원 기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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