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미 FTA와 쇠고기 수입개방 함께 풀어야

  • 입력 2008년 1월 21일 23시 09분


농림부가 연초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미국 측이 강화된 동물성 사료 금지 조치를 이행하는 시점에 수입 쇠고기의 월령(月齡)제한조치를 해제할 수 있다’고 보고했다. 한국은 ‘생후 30개월 미만의 뼈 없는 살코기’만 수입하고 있는데, 미국의 요구를 수용해 30개월 이상인 소의 고기를 수입할 수 있음을 처음 밝힌 것이다. 다만 소의 뇌와 내장 등 광우병특정위험물질(SRM)을 원료로 한 동물성 사료를 소와 양에게는 먹이지 않지만 돼지와 고양이에겐 먹이는 미국에 대해 유럽 일본처럼 전면 금지하라는 조건을 달았다.

미국은 자국 축산농가에 시설투자 부담을 주는 ‘조건부 개방안’을 거부할 가능성이 높다. 협상이 또 결렬되면 그 여파로 역사적인 자유무역협정(FTA)이 한순간에 물거품이 될 수도 있어 걱정이다. 수전 슈워브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18일 “쇠고기 수입 문제가 해결되면 한미 FTA가 미국 의회의 비준 동의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쇠고기 산지 출신 의원들은 “쇠고기 시장 개방 없이는 FTA도 없다”고 강경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하는 88개국 중 한국을 포함한 14개국만 ‘30개월 미만, 뼈 없는 살코기’라는 까다로운 조건을 달고 있다. 일본은 갈비처럼 뼈 있는 고기도 수입하고 있고 ‘20개월 미만’을 ‘30개월 미만’으로 완화하겠다고 제시했으나 미국이 거부했다. 캐나다 멕시코 유럽연합(EU) 등 68개국은 월령과 부위 제한이 없다. 이들 나라가 한국보다 자국민의 건강을 덜 걱정하는 것은 아닐 터이다. 대미 무역흑자를 크게 내는 한국이 미국산 쇠고기에 대해 EU보다 더 까다로운 수입 조건을 고집하는 것은 능사가 아니다.

미국은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FTA 비준 동의안을 3월까지 의회에 제출하지 않으면 사실상 통과가 어렵다. 11월 미 대선에서 민주당이 승리할 경우 한미 FTA 합의문이 휴지조각이 될 수 있다. 우리가 2월 임시국회에서 국회의 비준 동의를 마쳐 미국의 비준을 압박하는 게 상책이다. 쇠고기 수입 조건 완화도 우리 국회의 FTA 비준 동의 시기에 맞춰 앞당기는 것이 합리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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