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기업 20곳, 일자리 5개중 1개 만들어

  • 입력 2008년 1월 22일 02시 59분


2002~2006년 업종별 고용현황
업종고용 증가(명)
제조업9만7465
숙박 및 음식점업1만3199
금융 및 보험업1만3081
도매 및 소매업7745
오락 문화 및 운동관련 서비스업5152
전기 가스 및 수도사업5116
건설업3521
사업서비스업2339
부동산 및 임대업1063
기타 공공, 수리 및 개인서비스업-133
어업-169
교육서비스업-260
운수업-678
통신업-4861
합계14만2580

국내 1000대 기업의 2002∼2006년 고용을 분석한 결과 외국계 기업들의 고용 창출이 웬만한 국내 대기업 못지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일자리 창출 상위 20개 외국계 기업이 1000대 기업 전체 고용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2.5%나 됐다.

또 1000대 기업의 고용을 업종별로 분석한 결과 제조업에 이어 숙박 및 음식점업, 금융 및 보험업의 고용 창출 효과가 큰 반면 통신업과 운수업은 오히려 일자리가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일부 기업에서는 매출이 크게 늘었지만 고용은 오히려 감소하는 이른바 ‘고용 없는 성장’이 확인됐다.

○ 외국계 기업, 3만 명 넘는 고용 증가

일자리를 많이 늘린 상위 20개 외국계 기업들의 고용 인원은 2002∼2006년 5년 사이 총 3만2139명이 늘어났다. 전체 기업에서 늘어난 일자리(14만2580명)의 22.5%를 차지한다. 늘어난 일자리의 10개 중 2개 이상은 외국계 기업이 제공한 셈이다.

‘외국 자본=먹튀(한판 먹고 튀기)’라는 부정적 인식이 적지 않지만 단순 지분 투자가 아닌 공장을 짓고 설비를 늘리는 이른바 ‘그린필드형’ 외국인 투자는 고용 창출에 적잖은 효과가 있음을 보여 주는 것이다.

상위 20개 외국계 기업 중에는 LG필립스LCD 한국IBM 모토로라코리아 등 정보기술(IT) 관련 업체가 6개로 가장 많았고, 고용 증가 인원도 1만3297명이나 됐다.

특히 한국IBM은 미국 본사가 주력 사업을 IT서비스 및 컨설팅으로 확대하면서 국내에서도 관련 전문가를 많이 뽑아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삼성테스코 코스트코코리아 디아지오코리아 등 외국계 유통업체의 고용 창출도 두드러졌다. 이들 3개 업체는 4년 동안 모두 4096개의 일자리를 늘렸다.

이 가운데 대형 할인매장인 ‘홈플러스’를 운영하고 있는 영국계 유통업체인 삼성테스코는 점포를 2002년 21개에서 2006년 51개로 늘리면서 3132명을 추가로 고용했다.

LG경제연구원 송태정 연구위원은 “한국에 진출한 외국계 기업 수를 감안하면 고용 창출 효과는 국내 기업 못지않다”면서 “외국 기업을 유치하려면 각종 규제를 완화하고 경영 여건을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춰야 한다”고 설명했다.

○ 고용 창출 2위는 숙박 및 음식점업

고용 창출이 두드러진 업종은 단연 제조업이지만 숙박 및 음식점업이 1만3199명으로 뒤를 이은 것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또 오락 문화 및 운동 관련 서비스업의 고용도 5152명으로 상대적으로 많이 늘었다.

이는 전반적인 소비 수준이 높아지고 삶의 질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여가 활동을 즐기는 사람이 늘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금융 및 보험업도 1만3081명으로 높은 비중을 차지했는데 이는 제3금융업체의 약진과 외국계 보험사의 성장에 힘입은 것으로 풀이된다.

또 전기 가스 및 수도사업 등 이른바 유틸리티산업(5116명)도 한국전력(3622명), 한국수력원자력(1017명) 등 공기업 채용이 크게 늘면서 고용 창출에 기여했다.

반면 전통적으로 고용 창출 효과가 큰 건설업은 총고용 증가 인원의 2.5%인 3521명만 느는 데 그쳤다. 건설업의 고용 둔화는 지방 건설경기의 침체와 지방 건설업체의 부도 등으로 심화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통신업과 운수업은 고용 인원이 각각 4861명, 678명 줄어 일자리 창출 능력이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 고용 없는 성장 기업도 51개

매출은 늘었지만 고용은 오히려 감소하거나 정체하는 ‘고용 없는 성장’도 두드러졌다.

실제로 이번 조사에서 매출은 100% 이상 증가한 데 반해 고용 인원이 감소한 기업은 모두 49개였다. 또 2개 기업은 고용 인원은 그대로인 채 매출만 증가했다.

이는 지주회사 전환이나 법인 분리 등으로 수치상 고용 인원이 감소했거나 효율성 극대화로 고용 인원을 줄인 기업이 늘었기 때문이다.

예컨대 현대백화점은 2006년 매출액이 7701억 원으로 2002년(3189억 원)보다 141.5% 늘면서 기업 순위(매출액 기준)도 414위에서 259위로 껑충 뛰었지만 고용 인원은 2002년 3678명에서 2006년에는 2292명으로 37.7% 줄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2002년 말 현대백화점이 법인을 대상으로 영업을 하는 현대백화점HNS와 현재의 현대백화점으로 분리되면서 관련 인력이 분리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STX와 하나은행은 각각 2004년과 2005년 지주회사로 전환하면서 고용이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설비 자동화 등으로 추가 고용이 필요 없었던 기업도 적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 인원이 293명 감소한 빙그레 관계자는 “설비 자동화, 영업 동선 조정 등을 통해 사업 효율성이 높아지면서 퇴직자 자연 감소분을 재충원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창원 기자 changkim@donga.com

김유영 기자 ab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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