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로 풀어보는 경제]객관적인 삶의 질 평가

  • 입력 2008년 1월 23일 02시 51분


문제:

(가) 베르누이는 금전적 가치에 대응하는 심리적 가치, 즉 ‘효용’은 개인이 보유하고 있는 재화의 크기에 영향을 받는다고 가정했다. 그는 ‘부(富)에서 어떤 작은 증가로 생기는 효용은 이미 소유하고 있는 재화의 양에 반비례한다’고 기술했다. 예를 들어, 소득이 100만 원인 사람이 추가로 10만 원을 더 벌었을 때 증가하는 만큼의 만족도를 얻고자 한다면, 소득이 1000만 원인 사람은 100만 원을 더 벌어야 한다. 금전적 가치와 효용 사이의 이와 같은 관계를 잘 반영하는 함수 중 하나가 로그함수다.

(나) 1인당 국민소득은 국민 개개인의 소득을 산술평균한 것이다. 가상의 국가인 Z국에서는 1인당 국민소득이 국민의 삶의 질을 반영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문제점을 인식하고 해결 방안을 모색했다. 그 결과 소득에 대한 만족도가 소득의 크기가 아니라 소득으로부터 얻는 심리적 가치인 효용에 의해 결정된다는 점에 착안해 국민의 ‘평균 만족도’를 반영하는 지수를 새로 개발하고, 이를 ‘국민만족도 지수’라고 이름 지었다. 국민만족도 지수는 개인의 소득에 대한 효용의 평균인 평균 만족도를 구하고, 이를 다시 화폐 단위로 변환해 산출한다. 이를 수식으로 표현하면 다음과 같다.

국민 경제생활 만족도 수치로 측정

‘사회후생함수’ 타당성 논란은 계속

해설:

2008학년도 서울대 인문계열 정시 논술고사에서는 ‘삶의 질과 행복’을 주제로 한 문제가 출제됐다. 소득이 증가한다고 해서 반드시 삶의 질이 높아지고 행복해지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설명하고, 소득으로부터 얻는 심리적 가치인 효용을 이용해 삶의 질을 측정하는 방법으로 국민만족도 지수를 제시했다.

우리 주위의 모든 재화나 서비스, 그리고 이를 구입할 수 있는 소득은 사람들에게 만족을 준다. 그러나 만족의 크기는 사람마다 다르다. 경제학자들은 상품의 소비나 소득을 통해 사람들이 얻게 되는 주관적인 만족의 크기를 ‘효용’이라 한다.

어느 더운 날 야구장에서 구입한 청량음료로부터 얻을 수 있는 효용에 대해 생각해 보자. 최소한 1병 이상을 구입할 수 있는 돈을 가지고 있다고 하면 1병보다는 2병을, 2병보다는 3병을 마실 때 청량음료로부터 얻는 만족감은 더 클 것이다. 즉 청량음료를 더 많이 마실수록 총효용은 증가한다.

그러나 추가적으로 1병씩 청량음료를 더 마실 때 얻는 추가적인 만족, 즉 ‘한계효용’은 줄어든다. 이 같은 현상을 ‘한계효용 체감의 법칙’이라 한다. 제시문에서 소득이 100만 원인 사람이 추가로 10만 원을 더 벌었을 때 증가하는 만큼의 만족도를 얻고자 할 때, 소득이 1000만 원인 사람은 100만 원을 더 벌어야 하는 것도 이 같은 이치이다.

효용이 개별 소비자의 소비생활에 대한 만족도를 수치로 측정한 것이라면, 이와 유사하게 국민이 경제생활에서 소망하는 바를 얼마나 이루고 있는지를 수치로 측정하는 방식을 ‘사회후생함수(social welfare function)’라고 한다. 제시문의 국민만족도 지수도 사회후생함수의 하나로 볼 수 있다.

사회후생함수의 구조는 각 경제생활에서 국민 각자가 누리는 효용을 적절히 반영해야 한다. 그러나 본질적으로 ‘주관적 가치인 효용의 크기를 어떻게 객관적으로 비교할 수 있는가’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따라서 타당한 사회후생함수의 구조에 대해서는 오늘날까지 논쟁과 연구가 계속되고 있다.

한 경 동 한국외국어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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