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낮 12시.
굴 요리 전문식당 30여 개가 밀집해 있는 충남 보령시 천북면 장은리 포구.
굴이 제철을 맞은 이맘때면 언제나 밀려든 관광객들로 공용주차장에 빈틈이 없었으나 올해는 군데군데 비어 있었다. 태안 원유 유출사고로 날벼락이 친 것.
상인들은 “천수만 굴은 기름 영향이 전혀 없다. 굴 맛을 한번 보면 오해가 풀릴 것”이라고 말했다.
홍성군 광천읍 오서산 등산을 마치고 찾았다는 홍연회 국악 팬클럽 회원들은 “굴구이와 굴밥에 아무 문제가 없더라”며 그릇 바닥까지 비웠다.
상인들은 이들에게 석화(껍질을 제거하지 않은 굴)를 봉지에 담아 건네며 이웃과 함께 시식해 줄 것을 권하기도 했다.
18일 새조개 축제가 개막된 홍성군 서부면 남당항도 분위기는 마찬가지.
지난해 축제 때만 해도 휴일이면 축제장 입구부터 차량이 넘쳤으나 올해에는 그런 광경을 찾아볼 수 없었다.
하지만 새조개를 먹기 위해 찾아온 관광객들은 한결같이 만족스러워했다.
이용욱(45·대전 중구) 씨는 “새조개 샤부샤부의 감칠맛에 매료됐다”며 “주꾸미와 바지락은 포장해서 싸 갈 것”이라고 말했다.
관광객 김모(51) 씨는 “가격을 더욱 내려 많은 사람이 맛본 뒤 서해안 수산물에 문제가 없다는 것을 널리 알리도록 하는 게 좋겠다”고 권하기도 했다.
설 명절을 앞두고 본격적인 특수를 맞은 김 산지 역시 마찬가지.
홍성군 광천읍에서 30여 년간 김 생산과 판매를 해온 ‘S맛김’ 최모 씨는 “올해 김은 예년보다 원초(재료)가 우수해 맛이 더욱 뛰어나다”며 “맛을 본 소비자는 주문을 늘리는데 안 먹어본 사람들은 계속 오해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홍성군 관계자는 “새조개와 굴 등은 기름에 민감해 피해가 있으면 아예 시장에 내놓지도 못한다”면서 “대도시에서의 시식회 등 다양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이번 사고와 관련해 재난지역으로 선포된 태안 서산 서천 보령 당진 홍성 등 10개 해안지역 20개 위판장 및 횟집의 어패류 92건을 조사한 결과 오염지표성분이 기준치 이하였다고 밝힌 바 있다.
홍성=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구독
구독
구독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