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금리인하 국내 증시 전망은…

  • 입력 2008년 1월 24일 03시 13분


“일단은 진정”

“글로벌 신용경색 완화 기대” 코스피 상승세 전환

“여전한 불안”

“FRB도 경기침체 인정” 외국인 15거래일째 매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파격적인 금리 인하로 23일 국내 증시는 연일 계속되던 하락세에서 벗어났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1.21%, 코스닥은 0.84% 각각 올랐다.

미국의 금리 인하로 향후 한국은행의 콜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이날 5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날보다 0.20%포인트 하락(채권가격은 상승)한 연 5.16%로 마감했다.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도 연 5.05%로 0.25%포인트 떨어졌다.

하지만 막대한 경기부양책과 큰 폭의 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미국 증시가 하락했고, 외국인들은 한국 증시에서 여전히 순매도(매도금액에서 매수 금액을 뺀 것)를 이어가고 있어 완전한 반등 국면에 진입하기까지는 좀 더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 전문가들 “일단 한숨은 돌렸다”

FRB의 0.75%포인트 금리 인하는 미국발(發) 신용경색 우려를 완화시켜 글로벌 증시의 도미노 폭락 사태를 진정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증시 전문가들은 평가했다.

더욱이 코스피지수가 지난해 고점과 비교해 400포인트가량이나 빠져 반등이 기대되는 시점에서 금리 인하 조치까지 더해져 반등할 계기가 충분히 마련됐다는 분석이다.

하나대투증권 곽중보 연구원은 “미국의 금리 인하는 급격히 얼어붙은 투자 심리를 추스르는 계기가 됐다”며 “미국 증시가 안정된다면 아시아 주식을 팔아 부족한 유동성을 메우고 있는 외국인들도 매도 공세를 점차 약화시킬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과거 코스피지수가 고점 대비 20% 이상 하락한 뒤에는 10∼14%가량 주가가 올랐다는 사실도 반등 가능성에 힘을 실어준다.

대신증권 성진경 시장전략팀장은 “현재 코스피지수는 지난해 10월 말 고점과 대비해 22% 하락한 상태”라며 “미국 정부의 적극적인 통화정책과 경기부양책으로 미국이 경기침체를 피해간다면 일정 기간 조정을 거친 뒤 점차 반등할 것”이라고 말했다.

○ 일부에선 “안심하긴 이르다”

앞으로 증시가 반등할 수 있느냐의 열쇠는 외국인들이 쥐고 있다는 해석이 많다.

이날 서울 증시에서 외국인들은 22일 8321억 원을 순매도했으며 23일에도 5735억 원을 팔아치워 15거래일째 매도세를 이어갔다. 다만 시간이 지날수록 매도액은 줄어드는 추세다.

굿모닝신한증권 박효진 연구위원은 “상당수 대형 투자은행들의 자금 회수가 이미 진행돼 미국 증시가 안정되면 외국인들의 매도도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아직 안심하기는 이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메리츠증권 심재엽 투자전략팀장은 “FRB가 미국의 경기 침체를 인정한 상황이고, 현재는 미국 금융기관이 유동성을 확보하는 단계이기 때문에 금리 인하 조치로 외국인의 매도세가 진정됐다고 보긴 어렵다”고 분석했다.

한국 정부가 이날 발표한 긴급 대책도 증시 안정에 도움을 줄 것이라는 확신을 주지는 못했다. 정부는 이날 주식형 펀드 대량 환매 때 자산운용사에 자금을 지원하고 국민연금과 기타 연기금을 증시에 조기에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펀드 대량 환매 사태가 일어나지도 않았는데 정부가 서둘러 이런 정책을 발표하는 것은 시장 안정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며 “연기금 조기 집행도 이미 예정돼 있던 사항이라 기대할 만한 내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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