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실 납세 기업과 불성실 납세 기업에 대한 차별만 있을 뿐입니다. 의사소통의 오해를 해소하기 위해서 이 자리에 왔습니다.”(한상률 국세청장)
한 청장은 24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윌리엄 오벌린 회장, 오버비 대표 등 AMCHAM 소속 회원 80명과 간담회를 열고 “성실 납세한 외국계 기업에 대해 세무조사를 유예하거나 면제하는 등 세무 간섭을 최대한 배제하겠다”고 밝혔다.
국세청장이 AMCHAM 회원과 간담회를 연 것은 2003년 12월 이용섭 전 청장 이후 5년 만이다. 한 청장은 이날 영어로 인사말을 하고, 세무행정과 관련된 질문에 대해 즉석에서 답변했다.
그는 “추운 날씨에 오신 분들께 선물을 드리겠다”며 “국내에 진출한 외국기업에 대한 세무조사 사전 통지기간을 15일로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강조했다. 세무조사 사전 통지기간은 현행 10일이지만 외국계 기업에 한해 해외 본사와 연락 등에 필요한 시간을 감안해 15일로 늘리겠다는 것.
이어 “‘세무문제 사전답변제도’ 도입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특정 거래의 과세 여부 등 세무 관련 민원을 정확한 사실관계를 토대로 미리 질의하면 법적 구속력이 있는 답변을 해 주는 제도다.
오버비 대표가 “세무조사 중인 조사관이 컴퓨터 등 집기는 물론 슬리퍼까지 요구하는 ‘한국적 관행’이 있다”고 지적하자 한 청장은 “그가 누구냐. 조사관은 볼펜 복사용지 등 공적 편의만 받을 수 있으며, 이에 대한 최소한의 범위를 정해 운영할 것이다. 노트북PC를 제공받거나 슬리퍼를 요구하는 행위는 공적 편의를 넘어선 잘못된 관행으로 시정하겠다”고 답변했다.
이와 함께 “공격적인 조세 회피 등을 통해 부당하게 조세 부담을 경감하는 경우 국제적 과세기준에 따라 세법을 엄정하게 적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버비 대표는 간담회를 마무리하며 “질문에 제한을 두지 않고 답변해 준 한국 정부 고위 관료는 처음”이라며 “간담회 결과가 매우 긍정적이며 파트너십 구축을 위한 신뢰를 쌓는 기회가 됐다”고 말했다.
박용 기자 par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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