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중고차가 미국서 잘나가는 까닭은?

  • 입력 2008년 1월 26일 02시 48분


‘스킨십’을 팔아 ‘신뢰’를 얻었다

“혼다는 미국에서 ‘신뢰(reliability)’로 통합니다.”

미국 미시간 주 디트로이트 인근 펀데일 시 우드워드 애버뉴에 위치한 ‘펀데일 혼다(Ferndale Honda)’ 딜러. 미국 중고차시장에서 높은 인기를 얻고 있는 혼다의 비결을 묻자 딜러 관계자들은 이구동성(異口同聲)으로 ‘신뢰’라고 답했다.

중고차시장에서 인기를 얻으면 자연스럽게 신차(新車) 판매도 늘어난다.

미국 차의 심장부인 디트로이트 인근에서 20년간 혼다를 판매한 이 딜러는 지난해 약 1000대를 판매하는 성공을 거뒀다. 이 딜러를 연이어 찾는 단골 고객만 300명가량이 생겼다.

판매 담당인 릭 스미글 씨는 “뛰어난 기술은 기본이고 철저한 고객 관리를 통해 강한 신뢰를 주고 중고차 가치를 높인 것이 성공의 비결”이라고 조언했다.

○ 철저한 고객 관리가 성공 비결

미국 소비자 전문지 ‘컨슈머리포트’는 올해 1월호에서 미국 성인 소비자 2037명을 대상으로 ‘브랜드 인식’을 조사한 결과 일본 차인 도요타, 혼다가 1, 2위를 차지했다고 발표했다. 반면 미국차 뷰익, 머큐리는 ‘최악의 브랜드’ 4위권 안에 들었다.

펀데일 혼다 딜러가 판매를 위해 기울이는 노력을 보면 그 결과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직원들은 ‘스킨십 세일즈’를 강조했다. 고객이 새 차를 받는 순간을 사진으로 찍어 선물한다. 하루가 멀다 하고 고객에게 e메일로 안부를 전하는 건 기본.

중고차 판매 담당 테드 노블스 씨는 “중고차 정기검증제도를 실시해 고객이 정기적으로 딜러를 방문하도록 한다”며 “고객이 딜러를 자주 접할수록 더 신뢰를 얻어 단골 고객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1970년대에 GM, 포드 등 미국차 딜러에서 일한 노블스 씨는 “회사 사정에 맞춰 서비스를 제공하는 다른 회사와 달리 혼다와 같은 일본 차는 고객이 원할 때에 맞춰 보증제도, 할인제도를 적용하는 놀라운 ‘유연성’을 발휘한다”고 덧붙였다.

딜러 직원들은 고객의 차량 관리 노력을 중고차 가격에 충분히 반영해 주는 점도 혼다 중고차의 인기비결로 꼽았다.

혼다, 어큐라(혼다의 고급브랜드)의 2007년 모델은 미국 중고차시장에서 1위로 꼽혔다.

○ 혼다 어큐라 판매량 4년 새 20만 대 늘어

전문가들은 미국 시장에서 ‘브랜드 업그레이드’에 성공한 일본 차의 기상도를 ‘맑음’으로 분석하고 있다.

혼다와 어큐라는 최근 4년 새 미국 판매량이 약 20만 대 늘었다. 미국 차의 ‘맏형’격인 GM의 뒤를 바짝 쫓고 있는 도요타와 렉서스도 최근 2년 새 약 36만 대가 늘었다.

특히 혼다는 최근 멕시코 현지공장 생산 능력을 확대하고 올해 가을 미국 인디애나 주 신규 공장 가동을 앞두고 있다.

김기찬 가톨릭대 경영학부 교수는 “혼다와 도요타는 안전과 내구성, 품질, 서비스 등 다양한 방법으로 ‘강한 신뢰’를 심어 주는 마케팅으로 승부했다”며 “한국 차가 고객을 감동시키지 않고 단순히 기술력이나 저렴한 가격만 강조해서는 성공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디트로이트=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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