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도 늘어 4분기 국내총소득 0.5% 증가 그쳐
2007년 한국의 경제 성적은 당초 예상보다 많이 나아졌다.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4.9%는 한국은행이 2006년 말 내놓은 전망치 4.4%보다 0.5%포인트, 지난해 7월의 수정전망치 4.5%보다 0.4%포인트 높아진 것이다.
이처럼 지난해 성장률이 예상보다 높아진 이유는 하반기(7∼12월)에 수출과 설비투자, 제조업 생산이 큰 호조를 보였기 때문이다.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사태는 올해 들어 본격화돼 지난해 한국의 성장률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 하반기 경기호조로 성장률 높아져
지난해 4분기(10∼12월) 한국의 실질 GDP는 전년 동기 대비 5.5% 증가했다.
이는 2분기(4∼6월)의 5.0%, 3분기(7∼9월)의 5.2%에서 증가폭이 더 확대되며 3분기 연속으로 5%대 성장률을 유지한 것이다. 지난해 1분기(1∼3월) GDP 증가율은 4.0%였다.
이처럼 하반기에 경기가 호전된 것은 우선 수출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4분기 수출은 산업용 기계, 무선통신기기 등이 주도해 3분기보다 7.3% 늘었다. 전기 대비 증가율로는 2003년 4분기 이후 최고치로 전년 동기보다는 17.5% 늘었다.
최춘신 한국은행 경제통계국장은 “수출이 큰 폭으로 늘어 예상보다 성장률이 높았다”면서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 말부터 올랐기 때문에 환율 요인은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또 제조업은 반도체, 영상음향통신, 기계 장비 등을 중심으로 3분기보다 3.4%의 성장세를 유지했다.
설비투자도 호조를 보였다. 석유화학 철강 액정표시장치(LCD) 업계의 투자가 늘어 전 분기 대비 4.4%나 증가했다. 3분기 설비투자 실적이 나빴던(―6.3%) 영향이 있긴 하지만 어느 정도 회복세를 보인 것으로 분석된다.
○ 수입 급등이 성장 발목 잡을 수도
하지만 새 정부의 기대처럼 올해 성장률을 쉽게 끌어올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수출이 늘긴 했지만 수입도 급증하면서 교역조건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국제 원자재 가격의 급등으로 지난해 4분기의 수입은 3분기보다 10.3% 늘었으며 전년 동기 대비 18.0% 증가했다. 전기 대비 증가율로는 2000년 1분기(10.4%) 이후 최고치다.
이렇다 보니 국민의 체감 경기를 보여주는 지표인 국내총소득(GDI)의 전기 대비 증가율은 0.5%에 그쳤다. GDI 증가율(전년동기대비)은 2006년 2분기부터 지난해 3분기까지 계속 늘었으나 4분기 증가율이 2.4%에 그치면서 하락세로 돌아섰다. 경제는 성장했지만 국민의 주머니는 그만큼 넉넉해지지 않은 셈이다. 이와 관련해 이날 스위스의 투자은행 UBS는 “한국 경제가 수출 증가세 둔화와 소비 부진이라는 두 가지 어려움에 직면할 소지가 있다”며 올해 한국의 GDP 성장률 전망치를 이전의 4.1%에서 3.6%로 0.5%포인트 낮췄다.
곽민영 기자 havef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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