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종별 입사선호 기업 2부]<38>하이닉스반도체

  • 입력 2008년 1월 26일 02시 48분


2001년 12월 5일.

한국 재계의 이목은 이날 입국한 미국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테크놀로지 협상단에 집중됐다. 당시 하이닉스반도체는 15조 원에 육박하는 부채를 안고 심각한 유동성 위기에 빠져 있었는데, 마이크론이 하이닉스를 인수하겠다며 한국을 직접 찾은 것이었다.

하지만 마이크론은 쉽게 속내를 드러내지 않았다. 협상은 주사위를 쥔 이들에게 시종일관 끌려 다녔다.

외환위기 이후 ‘구조조정의 열병’을 심하고 앓고 있던 당시 한국 사회는 ‘전자산업의 쌀’이라고 일컫는 반도체 분야 주요 회사를 외국기업에 내줘야만 하는지를 놓고 뜨거운 논쟁에 빠져들었다.

김대중 정부 시절인 2002년 3월 진념 당시 경제부총리는 “하이닉스가 독자 생존할 수 있다는 생각은 위험한 발상”이라고 말했다. 그의 후임이던 전윤철 전 경제부총리도 같은 해 9월 “하이닉스의 독자 생존을 주장하는 것은 국수주의적 발상”이라고 했다. 한빛은행(현 우리은행), 외환은행 등 금융회사들이 하이닉스 빚을 떠안으면서 한국 경제 전체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는 주장이었다.

삼성증권은 2001년 “하이닉스가 망해야 국가경제가 살아날 수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냈고, 영국의 경제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는 “대우자동차와 하이닉스 매각 문제가 지지부진한 것은 한국 정부가 잘못하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결국 ‘하이닉스 죽이기’ 여론이 득세한 가운데 2002년 4월 매각 양해각서(MOU)가 체결되면서 하이닉스 문제는 매각으로 끝나는 듯 보였다.

하지만 2002년 4월 30일 하이닉스 이사회는 “매각 조건이 너무 불리하게 체결됐다”며 MOU를 부결시켰다.

이사회의 판단은 ‘헐값 매각은 안 된다. 하이닉스의 독자 생존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자신감을 배경으로 했다고 한다. 어쨌든 하이닉스의 운명이 매각에서 독자 생존으로 바뀐 것이다.

이승우 신영증권 연구위원은 “하이닉스가 마이크론에 헐값으로 넘어갔다면 ‘마이크론-인텔’의 연합체제가 구축돼 메모리 반도체 1위 기업인 삼성전자에 엄청난 위협이 됐을 것”이라며 “독자 생존 결정이 국가 경제에 도움을 줬다는 것이 입증된 셈”이라고 말했다.

세계 반도체 D램 시장은 1996년부터 2003년 사이 제조기업의 수가 절반 이상 줄어드는 혹독한 구조조정을 거쳤다. 이들 기업은 2002년 ‘하이닉스 죽이기’를 공동의 해법으로 생각하고 거칠게 공격했다.

채권단이 하이닉스의 독자 생존을 지원하자 미국과 유럽연합(EU)은 “한국 정부가 공적자금으로 하이닉스를 보조했다”며 각각 44.7%, 34.8%의 상계관세를 부과했다. 국내 생산물량의 미국, 유럽 시장 판매가 사실상 힘들어졌다.

수조 원 규모의 선(先)투자를 해야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반도체 시장에서 해외시장을 잃은 하이닉스의 독자 생존은 불가능해 보였다.

하지만 절박한 상황에서도 하이닉스는 희망을 잃지 않았다. 그들은 하이닉스만의 차별화된 기술력을 믿었다.

2003년 1월 당시 우의제 하이닉스 사장은 “국가 경제를 책임지는 수출역군에서 구조조정 1순위 기업으로 전락했지만, 우리는 반드시 이 오명을 씻어야 한다”며 임직원들을 독려했다.

회사는 액정표시장치(LCD)사업부와 통신사업부, 비(非)메모리 반도체 사업 등을 정리하며 ‘살을 내주고 뼈를 취하는’ 혹독한 구조조정을 실시했다.

그 대신 핵심 사업의 경쟁력을 극대화했다. 사용하지 않는 중고 장비를 개조해 신제품을 생산하는 ‘칩 패밀리’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가동해 설비투자 비용 부담을 3분의 1 수준으로 끌어내렸다.

중앙대 전용욱 교수는 2006년 한 논문에서 하이닉스의 위기 극복 과정을 “경영 위기에 처한 기업이 핵심 사업부를 중심으로 구조조정을 실시해 경쟁력 우위를 확보한 좋은 사례”라고 평가했다.

메모리 시장에서 2002년 마이크론, 독일 인피니온에 밀려 4위까지 떨어졌던 하이닉스는 2004년 2분기(4∼6월) 2위를 탈환했다.

이어 2003년 3분기(7∼9월) 흑자로 전환한 뒤 지난해 3분기까지 17개 분기 연속 흑자를 내는 기염을 토했다. 2005년 7월 3년 9개월 만에 워크아웃을 졸업했고, 2006년에는 2조550억 원의 순이익을 내는 등 완전한 부활을 선언했다.

지난해 D램 가격이 폭락한 여파로 하이닉스는 2007년 4분기(10∼12월) 2300억∼3000억 원의 적자가 예상된다. 흑자 행진이 18개 분기(4년 6개월) 만에 종료되는 셈.

회사 실적이 D램 시황에 취약하다는 문제점이 고스란히 노출된 것이다. 반도체가 어려울 때 휴대전화와 LCD 사업이 받쳐 주는 삼성전자와는 사정이 다르다.

국내 공장 증설을 막는 규제나 상계관세 특허 등 외국 기업과의 법률 문제도 여전히 회사의 발목을 잡고 있다. 회사의 ‘새 주인 찾기’ 문제도 풀어야 할 숙제다.

하지만 하이닉스는 반도체 업종의 불황 속에서도 60나노급 D램 생산과 50나노급 낸드플래시 생산기술 등 후발 기업과는 차별화된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

최근 세계 최초로 1Gb(기가비트) 그래픽D램과 최고속·최소형 1Gb 모바일D램을 개발한 것이 이를 입증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입사한 이시현 씨는 “하이닉스 매각설에 대해 잘 알면서도 입사를 결심했다”며 “독자 생존을 결정한 2002년과 마찬가지로 ‘회사의 경쟁력은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김용석 기자 nex@donga.com

부형권 기자 bookum90@donga.com

Q&A로 보는 하이닉스

지방근무자 월 7000원에 기숙사 제공

2만3000명 임직원 중 4700명 해외근무

직급별 평균 연봉
직급평균 연봉
임원1억 원 이상
부장7300만 원
차장6100만 원
과장5200만 원
대리4000만 원
사원3300만 원
대리 과장 승진 소요 기간은 각 평균 4년, 차장 부장은 평균 5년. 자료: 하이닉스반도체

동아일보는 취업 사이트 및 관련 인터넷 카페에 올라온 하이닉스반도체 입사에 대한 궁금증과 이에 대한 회사 측 답변을 소개한다.

Q. 사원 채용 시기와 규모는….

A. 대졸 신입 공채는 1년에 2번 상하반기에 있다. 경력사원은 공고를 통해 연중 수시 채용한다. 신입사원도 필요에 따라 수시 채용하는 경우가 있다. 채용 규모는 매번 다르지만 지난해에는 경력사원을 포함해 900여 명을 뽑았다.

Q. 신입 공채 전형 절차는….

A. 크게 서류전형-하이닉스 직무기초능력검사(HYNAT)-실무진 면접-임원 면접 순으로 이뤄진다.

Q. 지원 자격 요건은….

A. 기술직군은 토익 620점 이상, 영업·사무직은 토익 730점 이상이 요구된다. 학점은 3.0 이상(4.5 만점 기준)이어야 한다. 영어 중국어 등 어학 우수자와 지원 분야와 관련 있는 자격증 소지자는 우대한다.

Q. 이공계가 아니면 입사에 불리한가.

A. 직무에 따라 선호 전공이 다르기 때문에 불리하진 않다. 다만 반도체 기업의 특성상 연구개발·기술직 채용 인원이 더 많은 편이다.

Q. 면접은 어떤 방식인가. 영어뿐 아니라 중국어 평가도 한다던데….

A. 복수의 면접위원이 복수의 지원자를 면접한다. 필요할 경우 영어 중국어 등 외국어 능력을 측정하기도 하는데, 최근 어학 실력을 테스트하는 빈도가 부쩍 늘었다.

Q. 공채 평균 경쟁률은….

A. 매번 다르다. 2007년 하반기에는 40 대 1이었다.

Q. 지원했다가 떨어진 사람이 또 지원하면 불이익이 있나.

A. 없다.

Q. 직군별 근무지는….

A. 이천 본사와 청주사업장, 서울사무소로 구성된 근무지 가운데 연구개발·기술직은 주로 이천 본사와 청주사업장에서 근무한다.

Q. 지방 근무의 복지 수준은 어떤가.

A. 모두 기숙사가 제공된다. 월 비용은 7000원 정도로 거의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수영장, 헬스클럽, 문화센터 등 여가를 위한 다양한 시설과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다.

Q. 재직 중 해외 근무의 기회는….

A. 2만3000여 명의 임직원 가운데 4700여 명이 해외에서 근무하고 있다. 해외법인 주재원 파견 기회가 많고, 경영학석사(MBA) 등 해외 연수 기회도 제공된다.

Q. 인턴제도는 어떻게 운영되나.

A. 인턴사원은 매년 상하반기 대졸 신입 공채 때 같이 모집하는데, 전형 절차는 대졸 공채와 동일하다. 한 달간 직장인 소양 및 반도체 교육, 현업 실습 등을 경험하게 되며 인턴을 마치면 졸업 후 정규직 입사를 보장받는다.

Q. 평균 이직률은….

A. 기술사무직 인력은 3% 이하로 매우 낮다. 특히 신입사원 초기 이직률은 5% 미만으로 전체 기업 평균의 6분의 1 수준이다.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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