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아시아나는 올해 신년 광고를 먼저 신문에 실은 뒤 TV 광고를 했다. 이 그룹이 지난해 신년 메시지를 담은 이미지 광고를 TV에 선보이고 나서 며칠 후 신문 광고를 낸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신문이 기업들의 새해 각오와 경영철학을 전달하는 신년 광고의 핵심 매체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특히 올해 들어 이런 현상이 두드러진다.
동아일보 산업부가 25일 광고회사 웰콤에 의뢰해 국내 주요 기업들의 신년 광고 현황을 광고업계 내부 전산망(베이시스넷)을 통해 조사한 결과 신문을 선호하는 추세가 확산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올해 창립 50주년을 맞는 교보생명은 올해 들어 ‘보험의 꽃’이라는 새 보험 캠페인 광고를 하고 있다.
교보생명은 ‘보험은 재테크 수단이 아닌 힘들 때 필요한 가족 간의 사랑이 본질이다’라는 내용의 이 캠페인 광고를 열흘가량 신문에 내보낸 뒤 TV 광고를 시작했다.
회사 측은 “가족 사랑이라는 보험의 본질을 고객에게 영상매체로 전달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다”며 “앞으로 유명 작가나 시인의 보험에 대한 생각을 담은 신문 광고를 계속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LG그룹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신년 광고를 신문에만 내보냈다. ‘사랑만 하기에도 인생은 짧습니다. LG는 오직 당신만 보겠습니다. 당신만 듣겠습니다’라는 내용의 연애편지 형식의 신문광고였다.
현대자동차도 ‘당신과 함께 뛸, 세계와 함께할 2008년이 기대됩니다’라는 신년 메시지를 신문 광고를 통해 선보였다. 현대중공업 역시 신년 광고를 신문에만 싣고 TV에는 하지 않았다.
한 대기업 홍보부장은 “TV 광고가 신문 광고보다 비싸다는 문제도 있지만 연초에는 영상보다 글을 통해 조용하고 진솔하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웰콤의 류주형 미디어총괄국장은 “타깃 층이 불분명한 영상매체와 달리 신문은 강력한 구매력을 가진 독자나 오피니언 리더를 많이 확보해 비용 대비 광고 효과가 크다”고 분석했다.
대통령 선거에 따른 정치사회적 변화도 기업의 신문 광고 선호에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광고업계의 한 관계자는 “주요 신문을 적대시한 노무현 정부의 언론정책으로 그동안 민간기업들도 신문, 특히 메이저 신문 광고에는 적잖은 부담을 느꼈다”면서 “이번 대선에서 기업친화적, 언론친화적 정책을 강조하는 이명박 후보가 압승함으로써 기업들이 그런 부담에서 벗어난 것도 한 요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용우 기자 woogija@donga.com
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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