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역사를 가진 영국 베어링은행을 파산으로 몰았던 1995년 대형 금융 사고의 규모가 13억 달러인 데 비해 이번 SG은행의 손실은 72억 달러(약 6조8400억 원)라고 하니 가히 그 규모를 짐작하고도 남는다.
일반인들은 동네 구멍가게도 아닌 세계적 은행에서 발생하는 이런 종류의 금융 사고를 보면 이해가 잘 안 될 것이다. 부끄러운 일이지만 최근까지도 금액의 차이는 있지만 전 세계적으로 금융 사고는 자주 일어나고 있다.
1998년 헤지펀드로 유명했던 롱텀캐피털매니지먼트(LTCM)가 도산한 뒤에도 주식 석유 외환 등의 파생상품에 투자했던 금융회사들이 내부 관리를 소홀히 하다 큰 손해를 봤다.
본래 파생상품은 금융시장에서 위험을 관리하기 위해 만든 것인데 그 변동성이 너무 커서 때로는 위험을 초래한다. 세계적 투자은행들의 입장에서 보면 파생상품 거래는 수입의 30% 이상을 벌어 주는 핵심 업무지만 SG은행 사태에서 보듯 은행을 한번에 날려버릴 수 있는 위험을 안고 있다.
모든 투자은행은 이런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아주 정교한 내부시스템을 구축해 거래부서, 위험관리부서, 결제부서 3자가 서로 통제하도록 한다. 더불어 임직원을 뽑을 때는 물론이고 기존 직원에게도 강도 높은 직업윤리 교육을 하고 있다.
외국회사들과 일을 하다 보면 소위 ‘컴플라이언스(준법감시)’를 지나칠 정도로 강조하는데 이는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오랜 기간 노력해 온 경험에서 비롯된 것이다.
선진시장에서는 ‘금융=프로세스’라는 공식이 성립한다. 상품 개발, 투자의사 결정, 위험 관리 등 모든 분야에서 견고한 프로세스가 존재하는지가 강한 금융회사와 그렇지 못한 금융회사를 결정한다.
개인도 마찬가지다. 스스로 투자 금액의 범위와 목표수익률 등에 대한 프로세스를 정해 놓지 않으면 자꾸 상황과 타협하게 돼 투자 시기를 놓치든지 아니면 무리수를 두기 마련이다.
모름지기 투자는 눈사람을 굴리듯 평지에서 이쪽저쪽을 확인하며 조심조심 굴려야 한다.
큰 눈 덩이를 만들 욕심에 언덕에서 급하게 굴리면 잠시 큰 덩어리를 만들 수 있겠지만 언덕 아래에서 그 눈 덩이는 온전할까?
백경호 우리CS자산운용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