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펀드 한파’ 언제까지…

  • 입력 2008년 1월 30일 03시 17분


《지난해 9월 중국 펀드에 200만 원을 투자한 회사원 조모(39·서울 중구 신당동) 씨는 29일 수익률을 확인하고는 크게 낙담했다. 펀드 수익률이 ―15.84%로 원금 손실이 난 상태였기 때문이다. 조 씨는 “중국 펀드 수익률이 좋다는 말을 듣고 뒤따라 들어간 게 문제였다”며 “이대로 가만히 앉아서 손해를 보고 있어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

중국 증시가 급락하면서 중국 펀드의 수익률이 하염없이 떨어지고 있다. 특히 중국 증시가 최고점을 찍었던 지난해 10월을 전후해 중국 펀드에 가입한 투자자들은 원금 손실을 본 채 속만 태우고 있다.

○ 3개월간 평균수익률 -24.96%

한국펀드평가는 28일 기준으로 3개월간 중국 주식형펀드의 수익률은 ―24.96%였다고 29일 밝혔다. 지난해 10월 31일 이후부터 이달 28일까지 수익률은 ―27.44%로 더 낮다.

이에 따라 최근 3개월간 중국 펀드에서 날아간 자금은 7조 원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 중국 펀드의 설정액은 15조1663억 원에서 18조365억 원으로 2조8702억 원 늘었다. 하지만 재투자된 금액(2조9969억 원)을 빼면 설정액은 1267억 원 감소했다.

설정액과 운용수익을 합친 순자산은 27조5719원에서 20조4457억 원으로 하락해 7조1262억 원이나 감소했다. 설정액과 순자산 증감을 모두 고려할 때 최근 3개월간 중국 펀드에서는 약 7조2529억 원이 사라진 셈이다.

펀드별로는 템플턴차이나드래곤주식형자A의 수익률이 ―30.99%로 가장 저조했다.

미래에셋차이나어드밴티지주식형1(―29.63%)과 미래에셋차이나솔로몬주식2클래스C(―28.83%), 한국월드와이드차이나주식A재간접V-1(―28.71%), 하나UBS중국주식해외재간접1클래스C(―28.09%) 등도 손실 규모가 컸다.

반면 같은 기간 PCA차이나드래곤A쉐어주식A-1클래스A와 PCA차이나드래곤A쉐어주식A-1클래스C는 각각 5.54%와 5.35%의 수익을 내 손해 난 펀드들과 대조를 보였다.

○ “일단 지켜봐야”

증시 전문가들은 중국 펀드의 손실이 너무 커서 지금 당장 움직이는 것은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굿모닝신한증권 이계웅 펀드리서치팀장은 “중국 증시가 단기간에 너무 급하게 떨어져 투자자들이 미처 손을 쓸 겨를이 없었다”며 “환매하기에는 이미 너무 늦었다”고 말했다.

이 팀장은 “일단 중국 증시가 반등하기를 기다리는 것 이외에는 특별한 대처 방법이 없다”며 “장기적으로 중국 증시가 다시 오를 것으로 전망한다면 지금처럼 주가가 쌀 때 조금씩 추가 투자해 펀드 매입단가를 낮추는 것도 고려해 볼 만하다”고 말했다.

반면 중국 펀드에 새로 투자하거나 이쪽으로 갈아타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메리츠증권 박현철 연구원은 “바닥이 어디인지 알기 힘들 정도로 증시가 빠지고 있기 때문에 증시 회복을 알리는 신호가 나올 때까지는 기다리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했다.

박 연구원은 “요즘 같은 때에는 어떤 증시 전문가도 중국 펀드 투자자들에게 자신 있게 방향을 제시하기 어려운 만큼 자신의 자금운용 상황 등을 고려해 현명히 대처해야 한다”고 말했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中 버블붕괴 가능성 작다”▼

한은 ‘80년대 日과 비교’ 보고서

GDP대비 시가총액 비중등 낮아

최근 세계적으로 중국의 주가와 부동산 가격 등을 놓고 ‘버블(거품)’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한국은행이 “중국의 버블 붕괴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분석을 내놨다.

29일 한은이 펴낸 ‘1980년대 일본과의 비교를 통한 중국의 버블 붕괴 가능성’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의 중국과 버블 붕괴 직전 일본의 상황은 일부 지표로 보면 비슷하지만 실물 등의 부문에서 차이가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한은에 따르면 중국의 최근 5년간 주가지수는 3.5배로 상승해 1985∼1989년 일본의 주가 상승률(2.7배)과 큰 차이가 없었다. 평균 부동산 가격이 급등한 점도 중국과 일본이 비슷했다. 현재 중국과 버블 붕괴 직전의 일본 모두 통화 증가율이 명목 국내총생산(GDP) 증가율(13%)을 웃돈다는 것도 공통점이었다.

그러나 중국의 GDP 대비 주식시가총액 비율은 지난해 96.4%로 1989년 당시 일본의 147.7%보다 낮다고 한은은 분석했다. 또 중국의 명목 GDP 대비 통화량 비율은 2003년 이후 안정적인 추세를 보이고 있었다.

또 이 보고서는 중국 정책당국이 부동산 투기 수요를 억제하는 등 버블 예방을 위한 긴축정책을 단계적으로 펴나가고 있는 점도 과거 일본과는 다른 점으로 꼽혔다.

이와 함께 이 보고서는 중국의 자산가격이 급락하더라도 고도성장에 따른 개발 수요가 남아 있어 장기불황의 가능성은 낮다고 평가했다.

곽민영 기자 havef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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