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을 일주일 남짓 앞둔 29일 오후 두 곳의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백화점은 북적이는 손님들로 명절 대목을 톡톡히 누리고 있었다.
하지만 재래시장 상인들은 찬 겨울바람만큼이나 꽁꽁 얼어붙은 경기 때문에 한숨을 쉬고 있다.
○ 명절이 반가운 백화점
신세계백화점 지하 선물 배송 코너.
배송을 의뢰하는 고객들이 줄지어 기다리고 있었다. 평일이지만 여느 주말 못지않은 분위기였다. 젊은 주부부터 노신사까지 고객층도 다양했다. 굴비 선물세트 코너의 한 직원은 “지난 주말부터 선물세트 판매량이 눈에 띄게 늘었다”며 “하지만 본격적인 대목은 이번 주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세계백화점 측은 “본점 접수센터에서만 하루 300여 명의 고객이 선물세트 배송을 의뢰한다”고 밝혔다.
신세계백화점 6개 매장(지난해 3월 문을 연 죽전점 제외)에서 설 선물세트를 전시한 후 일주일간 매출은 지난해보다 37% 늘어났다. 특히 고급 선물세트를 중심으로 판매가 부쩍 증가했다고 한다.
이 백화점 이종묵 신선식품 팀장은 “1450세트를 준비한 고급 한우 선물세트가 다 팔려 150세트를 추가로 주문했다”며 “600세트를 준비한 45만∼75만 원짜리 최고급 세트는 28일에 매진됐다”고 말했다.
롯데백화점과 현대백화점도 지난해 설 직전에 비해 선물세트 매출이 각각 38%와 43% 늘었다고 밝혔다.
○ 재래시장 “대목 없어진 지 오래”
‘여유 있는 사람들이 가는’ 백화점과 달리 ‘서민’들이 찾는 재래시장의 경기는 아직 풀리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저가(低價)를 앞세운 대형마트의 공세에 밀려 사정은 더욱 나빠졌다. 간혹 외국인 관광객이 지나가긴 하지만 구경만 할 뿐 좀처럼 물건을 사려고 하지 않는다고 상인들은 말한다.
여성복을 판매하는 박모(여·50) 사장은 “몇 년 전부터 원화 강세가 계속되면서 외국인 손님이 많이 줄었다”고 말했다. 옆에 있던 한 상인은 “설 대목 경기가 없어진 것은 오래고 매출도 몇 년 전부터 제자리걸음”이라고 거들었다.
액세서리 전문점을 하는 문선영(여·55) 씨는 “한 달에 열흘은 물건을 하나도 못 팔 정도”라며 “옆 가게는 다섯 달 동안 상가 임차료를 못 내다 결국 나갔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남대문시장에 입점한 한 은행 직원은 “상인들이 주로 거래하는 보통 예금통장의 입금액이 최근 몇 년 동안 계속 줄어들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자양골목시장, 우림골목시장 등 일부 재래시장에서는 얼마 전부터 공용쿠폰(상품권) 제도를 도입하고 공동으로 불황 타개에 나섰다. 하지만 경기는 예전 같지 않다는 게 한결 같은 목소리다.
서울시 우욱진 재래시장팀장은 “그나마 규모가 크고 도매를 함께하는 남대문시장이나 동대문시장은 동네 재래시장에 비하면 사정이 나은 편”이라고 말했다. 우 팀장은 “소비자들의 구매 성향이 홈쇼핑이나 대형마트, 인터넷쇼핑몰로 옮아가 재래시장이 어려움에 처해 있다”고 설명했다.
주성원 기자 swon@donga.com
신성미 기자 savoring@donga.com
이 기사의 취재에는 본보 대학생 인턴기자 이새봄(24·고려대 환경생태공학부 4학년) 진병일(24·서강대 경제학과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 영상취재 : 동아일보 사진부 박영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