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가 제조회사와 함께 제품을 내놓기 전에 먼저 시장을 분석하고 판매 전략을 공동으로 짜는 ‘조인트 비즈니스 플랜(JBP)’이 국내에선 처음으로 도입된다. 이마트와 풀무원은 30일 서울 중구 조선호텔에서 JBP 조인식을 갖고 상품 개발과 판매, 마케팅, 운영 및 관리 부문에서 협력하기로 했다.》
JBP란 1980년대 미국 월마트가 3M, 코카콜라, 네슬레, 존슨앤드존슨 등과 맺은 제휴 방식이다. 유통회사와 제조회사가 함께 손잡고 제품 출시 이전부터 시장전략을 수립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두 회사가 상품 기획단계에서부터 생산, 판매, 마케팅 활동을 공동으로 추진하기 때문에 유통단계가 줄어들면서 비용도 감소한다고 이마트 측은 설명했다.
두 회사는 JBP를 통한 첫 제품의 개념을 저칼로리, 저염, 저지방, 저가(低價)를 뜻하는 ‘Low 4’로 정했다. 또 이마트 매장에서 파악된 소비자 취향과 선호도를 앞으로 상품 개발에 활용할 계획이다.
이경상 이마트 대표는 “가격을 낮추는 데 초점을 맞춘 기존 자체브랜드(PL) 제품과 달리 소비자들이 원하는 제품을 만들어 내는 것이 JBP”라며 “이 방식을 도입하면 가격도 최소한 10% 싸지게 된다”고 말했다.
두 회사는 다음 달부터 두부 등 13개 상품을 이 방식으로 이마트 매장에 내놓고 앞으로 50여 개 제품을 순차적으로 선보일 계획이다.
이처럼 대형마트가 제조회사와 손잡으면서 그동안 가격 부담 때문에 대형마트 판매를 꺼렸던 제품도 소비자들이 싼 가격에 고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마트는 저염 김치나 식사대용 두부, 저지방 마요네즈 등 가격이 비쌌던 제품부터 우선적으로 선보일 방침이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앞으로 두 회사의 제휴 상황을 지켜보면서 우리도 다른 제조회사와 손잡는 방안을 검토해 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국내 신선식품의 강자로 불리는 풀무원이 영업과 마케팅 정보를 이마트와 공유하면서까지 제휴한 것에 대해 식품업계에서는 “풀무원이 일종의 승부수를 던진 것 같다”고 해석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70%나 됐던 풀무원의 국내 포장 두부 시장점유율은 후발주자인 CJ제일제당과 종가집의 추격으로 최근 50%대로 떨어졌다. 경쟁이 치열해지자 풀무원이 이마트 측의 제안을 거절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정효진 기자 wiseweb@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