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박용성 전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2003년 10월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경제단체장 간담회에서 “규제의 깃털만 건드리고 몸통은 안 건드렸다”며 “골프장 하나 만드는 데 도장이 780개나 필요하다”고 지적한 지 4년이 지났는데도 개선되지 않았음을 보여 주는 것이다.
또 골프장 매출액의 40%를 넘는 세금 부담 때문에 국내 골프산업의 경쟁력은 갈수록 떨어져 골프관광수지 적자가 2015년경 10조 원을 넘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최근 골프관광 등으로 인한 서비스수지 적자 문제가 심각하다고 보고 국내 골프산업에 대한 실태 파악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 규제 장막에 둘러싸인 골프장
30일 인수위가 한국골프장경영협회를 통해 파악한 결과에 따르면 골프장 관련 법률만 54개나 되고 입지와 절차, 시설 관련 규제는 251건에 이른다.
또 도시계획시설 결정, 각종 영향평가, 실시계획 인가, 공사, 준공검사 등 크게 5단계로 구성된 골프장 건설사업도 26건의 결정과 승인, 허가가 필요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같은 복잡한 절차와 규제를 모두 통과하려면 건설공사 기간을 제외하고도 3, 4년의 시간이 필요한 것으로 골프장업계는 추산하고 있다.
지방에서 골프장 건설사업을 준비 중인 한 건설시행사 관계자는 “공무원에게 서류 검토를 서둘러 달라고 사정하기 위해 2006년 초부터 한 주도 빠지지 않고 도청은 매주 한 번, 시청은 서너 번 방문하고 있다”며 “경쟁력을 얘기하기조차 부끄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단계마다 거의 비슷한 서류를 시와 도, 지방환경청이 중복 검토해 인허가 절차가 복잡하고 지연되는 것”이라며 “중복 절차만 없애도 6개월 이상 단축시킬 수 있다”고 꼬집었다.
골프장경영협회 관계자는 “중국은 정부 차원에서 정책적으로 육성하고, 일본도 지방자치단체별로 골프장 건설 지원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만든다”고 전했다.
○ 조세 부담에 국제경쟁력 상실
18홀 골프장 개발비 750억∼1100억 원 가운데 취득·등록세와 부가가치세, 개발부담금, 대체산림자원 조성비 등 세금 및 부담금만 150억∼200억 원에 이른다.
이미 운영 중인 골프장이 재산세와 특별소비세, 체육진흥기금 등으로 낸 돈도 2006년 기준 매출액의 41.9%나 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처럼 건설단계 규제와 운영단계 조세 부담 때문에 국내 골프산업의 경쟁력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2000년 14만 명 수준이던 외국인 국내 골프 관광객은 2006년 6만 명으로 급감한 반면 내국인 해외골프 관광객은 55만 명에서 100만 명으로 급증했다.
이는 항공료와 숙박비, 골프 라운드 3회 등으로 구성된 골프여행 상품이 중국은 70만 원, 동남아는 65만 원 선인 데 반해 한국에서는 라운드 3회 비용만 75만 원에 이르는 등 가격 경쟁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인수위 관계자는 “골프도 이제 일부 특권층의 사치성 운동으로만은 볼 수 없는 시대가 됐다”며 “해외로 떠나는 골프여행객을 국내로 유도하는 방안이 없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실태 파악 차원에서 점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차지완 기자 c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