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장이 1990년대 중반 가게를 넘겨받은 이후에도 원로작가 홍성유 씨가 ‘한국의 맛있는 집’으로 꼽을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고 한다. 2001년 경기 수원시 송죽동으로 가게를 옮긴 후에도 TV 프로그램 섭외가 잇달았다. 그만큼 장사도 잘됐다.
점심 단체 예약은 자리가 없어 다 받지 못할 정도였다. 못해도 하루 매출 50만∼60만 원은 거뜬했다. 잘될 때는 하루 매출이 130만 원을 웃돌았다. 하지만 최근 하루 매출이 10만 원대로 곤두박질치고 있다.
이 사장은 “장사를 시작한 지 15년 만에 그만두고 싶은 마음이 처음 들었다”고 털어놨다.》
Q 음식 맛있고 실내 깔끔하고 입지 좋은데 매출은 뚝뚝…
A 관공서 이전 상권 변화 무심했던 탓
○ 입지도 좋고 맛있기는 한데
26일 오후 이경희 창업전략연구소장과 함께 ‘△△△할머니 추어탕’을 찾았다.
입지는 아주 좋았다. 사거리 모퉁이에 위치하고 있어 유동인구가 많았다. 게다가 가게 바로 앞에는 버스정류장까지 있었다.
음식도 소문대로 정갈하고 맛있었다. 전통 유기(鍮器)에 담겨 나오는 반찬은 화학조미료는 물론 설탕조차 사용하지 않아 깔끔한 맛이 났다. 특히 백김치는 따로 팔아도 될 정도로 시원한 맛이 일품이었다.
주문받을 때마다 새로 짓는 돌솥밥, 펄펄 끓는 뚝배기에 담긴 추어탕 역시 ‘대접받는다’는 느낌을 주기에 충분했다. 요리책을 보고 고추와 깻잎을 사용해 개발했다는 추어 튀김도 별미였다.
순두부 전골을 비롯해 낙지 오징어 전골도 메뉴에 포함돼 있다. 추어 요리에 부담을 느끼는 고객들을 위한 배려다.
주방 청결 상태도 상당히 괜찮았다. 각종 그릇이 가지런히 정리돼 있었고 바닥에 깔린 타일에선 윤이 났다. 이 소장은 “멋을 내지 않아서 그렇지 7년 된 주방이라고 믿기 힘들 만큼 깨끗하다”고 평했다.
하지만 취재가 진행된 2시간 동안 주문은 추어탕 두 그릇이 전부였다. 저녁 식사 시간이었지만 손님이 거의 없었다. 무엇이 문제일까?
○ 이렇게 해 보세요
이 소장은 상권(商圈) 변화에 대처하지 못한 것을 가장 큰 문제로 지적했다.
“인근의 관공서와 공기업이 이전하면서 점심 시간대 손님이 크게 줄었습니다. 상권은 변했는데 영업 방식은 그대로였죠. 하지만 이 정도의 맛집이면 적극적인 홍보를 통해 상권 변화를 극복할 수 있습니다.”
이 소장은 “이제는 요식업 운영을 단지 ‘부업’ 수준으로 생각해서는 성공할 수 없다”며 좀 더 적극적인 경영을 펼칠 것을 조언했다. 이 소장은 경영 마인드 부재(不在)의 단적인 예로 오후 7시가 넘었지만 가게 앞 간판에 불이 꺼져 있는 점을 들었다.
또 ‘어서오세요’ 하고 인사하는 정도로는 부족하다고 했다. “앞으로는 손님 성향과 나이, 직업에 맞춰 또 오고 싶은 마음이 들도록 마무리 인사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실 이 사장은 스스로 “주방 안이 편하다”고 말할 만큼 경력에 비해 손님맞이가 서툰 편이었다.
깔끔한 주방과 대비되는 인테리어도 문제였다.
“인테리어는 가게를 인수하던 7년 전과 달라진 게 없어요. 물론 가게 분위기와는 잘 어울리지만 구식이라는 느낌이 듭니다. 게다가 오래된 일본식 돗자리(다다미)에서 나는 냄새가 가게 첫인상을 망친다는 생각입니다.”
이 소장은 “상권 변화는 불가항력적인 측면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그런 변화의 조짐이 보이면 업소 이전이나 업종 전환, 내부 인테리어 교체 등을 통해 생존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아무리 상권이 좋아 보여도 점포 임대가 유난히 많으면 조심해야 한다”며 “기존 상인들이 변화를 감지하고 자리를 뜬 곳에 잘못 들어가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클리닉 프로세스:
① 상권 조사: 가구 수, 소득 수준, 동선, 연령대 등 상권 특성 조사
② 인근 점포 업종 및 매출 현황 조사
③ 현 점포 현황 조사: 매장 분위기, 매출, 메뉴, 품질, 서비스 등
④ 점주 장래 목표 및 성향 조사
⑤ 해결 방안 제시
:문제 해결 방안:
① 매장 디자인 개선: 매장 내 조명 밝기를 높이고 디자인을 현대화해 7년 된 인테리어 개보수
② 메뉴 구조조정: 가족 단위 고객, 주부 모임에 맞는 메뉴 개발
③ 프로모션: 적극적인 지역 판촉과 프로모션 필요, 홍보 전단 배포, 현수막 부착, 특정 요일에 대한 할인, 경로 할인 등 추천
④ 적극적 고객관리: ‘또 오세요’의 이유를 만들어 줄 수 있는 ‘맞춤형 친절’ 실시
자료: 창업전략연구소
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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