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 펀드, 산이 높아서 골이 깊은가

  • 입력 2008년 2월 1일 02시 42분


《#1 미래에셋자산운용에 지난달 25일은 당황스러운 날이었다. 국내 최대 인사이트 펀드의 설정액이 4조7345억 원으로 전날보다 38억 원 줄었기 때문이다. 인사이트 펀드의 자금 유출은 지난해 10월 31일 설정된 이후 처음이었다. 출시 한 달 만에 4조 원의 자금을 끌어모으며 미래에셋의 간판으로 떠오른 펀드에서 3개월도 안 돼 고객들의 환매로 자금 유출이 발생한 것은 적지 않은 충격이다.

#2 코스피지수 1,600 선이 무너진 지난달 30일. 미래에셋자산운용이 5% 이상의 지분을 보유한 종목(두산 SK케미칼 동양제철화학 LS전선 GS건설 현대중공업 등)이 무더기로 폭락했다. 증권가에서는 그동안 ‘미래에셋 따라하기’에 나섰던 기관투자가들이 이들 종목의 하락폭이 커지자 손절매(손해를 보고 내다 파는 것)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런 추세가 지속된다면 이들 종목의 주가 하락으로 미래에셋펀드 투자자들의 손실은 불가피하다.》

○ 공격은 강하지만 방어에 약해

매년 지수를 뛰어넘는 수익률로 투자자들을 열광시킨 미래에셋은 요즘 글로벌 증시 하락으로 코너에 몰려 있다.

미래에셋이 보유한 전체 주식형 펀드(설정액 100억 원 이상)의 최근 3개월 평균수익률(29일 기준)은 국내가 ―24%, 해외가 ―22.33%에 이른다. 국내 펀드 40개 가운데 최근 6개월간 수익을 낸 펀드는 하나도 없다. 인사이트 펀드는 지난해 설정 이후 수익률이 ―20%대를 맴돌고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국내 주식형
펀드 연도별 수익률
(단위: %)
연도수익률
2005년83.88
2006년3.03
2007년49.77
자료: 제로인

미래에셋 펀드가 하락장에서 유난히 약세를 보이는 것은 공격적인 투자성향 때문이다. 미래에셋이 보유한 국내 주식형 펀드의 3개월 베타계수는 1.34로 펀드 운용규모가 1조 원 이상인 자산운용사 가운데 가장 높다.

베타계수는 지수가 움직일 때 종목이 얼마나 민감하게 변동하는가를 나타내는 수치로, 예를 들어 베타계수가 1이면 코스피지수가 10% 오를 때 10%의 수익이 난다. 미래에셋의 베타계수가 1.34라는 것은 코스피지수가 10% 오를 때 미래에셋 펀드는 13.4%의 수익을 낸다는 얘기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주식형 펀드 수익률 (단위: %)
연초 이후3개월6개월1년
국내 주식형―13.91―24.00―7.8934.69
해외 주식형―15.98―22.33 3.5528.09
1월 29일 현재, 설정액 100억 원 이상 펀드 기준. 자료: 제로인

베타계수가 높은 종목을 주로 편입한 펀드는 대세 상승장에서는 뛰어난 성과를 거두지만 반대로 하락장일 때는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더욱 큰 손해를 보게 돼 있다.

○ 아직 평가는 일러

미래에셋이 그동안 뛰어난 성과를 거둔 데는 시장에서의 영향력이 막강하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미래에셋은 주식형 펀드 수탁액이 37조5622억 원(지난해 말 기준)으로 시장점유율이 32%에 이른다.

한 자산운용사 본부장은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보니 미래에셋이 사면 주가가 오르고, 팔면 내리는 현상이 나타난다”며 “좋은 종목을 사는 게 아니라 스스로 주가를 올리는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증권가에서는 독주하는 미래에셋에 곱지 않은 눈초리를 보내지만 미래에셋이 실패하면 자산운용업계가 다 죽는다는 ‘미래에셋 리스크’에 대한 공감대도 형성돼 있다. 한 펀드매니저는 “미래에셋의 장기성과는 뛰어나기 때문에 최근 하락장에서 헤맨다고 일방적으로 깎아내리기엔 너무 이르다”고 말했다.

지난달 28일 기자와 만난 구재상 미래에셋자산운용 사장은 “2000년 정보기술(IT) 버블과 2001년 9·11테러 때도 이겨냈다”며 “길게 보면 항상 우리가 맞았다”고 자신했다.

그는 또 “지금 수익률이 왜 이 모양이냐고 하면 할 말 없지만 이익과 성장, 트렌드를 중요시한 미래에셋의 투자는 성공을 거둬왔다”며 “시장을 보는 관점과 투자 전략의 스탠스 변화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김상수 기자 ssoo@donga.com

::미래에셋 현황::

자본금: 390억 원

총수탁액: 54조7185억 원

주식형펀드 수탁액: 37조5622억 원(시장점유율 32.77%)

운용펀드 수: 127개

5% 이상 보유종목 수: 34개사

(두산 SK케미칼 서울반도체 동양제철화학 효성 LS전선 GS건설 소디프신소재 대우자동차판매 한진 삼성증권 유한양행 제일모직 아모레퍼시픽 LG전자 대한전선 삼성물산 NHN LG생명과학 동아제약 한진해운 LG화학 호텔신라 하나로텔레콤 두산중공업 신세계 KCC LG 현대중공업 LG생활건강 엔빅스 SK SBS LG데이콤)2007년 12월 말 기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