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에서도 상업은행이 투자은행(IB) 부문을 하나의 부서로 유지하면서 성공한 사례는 찾아보기 어려워요. IB 부문을 완전히 분사(分社)하는 게 효과적입니다.”
존 워커(54·사진) 한국맥쿼리그룹 회장은 지난달 29일 서울 중구 소공동 맥쿼리 서울지점 사무소에서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한국의 시중은행들이 최근 은행 안에서 IB 부문을 강화하는 움직임과 관련해 이렇게 말했다.
그는 “예금을 받아 대출을 하는 상업은행과 IB 업무의 위험은 전혀 달라 성공하기 매우 어렵다”며 “한국 정부가 한국산업은행 민영화를 통해 추진하려는 ‘글로벌 IB 육성 방안’도 분사라는 방향은 옳다”고 말했다.
하지만 워커 회장은 “어느 날 갑자기 글로벌 IB를 뚝딱 만들 수는 없다”면서 시간이 걸리더라도 글로벌 IB의 성패를 좌우하는 글로벌 네트워크, 위험관리 능력, 투자은행 특유의 조직문화 등 3가지 요소를 갖춰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본의 대형 금융회사가 글로벌 IB 진출에 실패한 사례도 소개했다. 그는 “일본 미즈호 은행은 10여 년 전 글로벌 IB가 되겠다며 세계 주요 국가에 지점을 냈지만, 몇 년 뒤 문을 닫았다”며 “준비 없이 외형 확대에만 나섰던 것에 대한 대가”라고 설명했다.
워커 회장은 “한국 시장은 세계 11위권의 경제 규모에다 유동성이 풍부하고 인수합병(M&A) 가치가 높은 기업이 많아 IB가 성장할 수 있는 기초 여건을 갖췄다”며 “다만, 글로벌 IB 문화를 수용하기에 지나치게 폐쇄적인 정서는 극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나연 기자 larosa@donga.com
이지연 기자 chanc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