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마트 카트엔 특별한 유혹이 있다
미국 월마트 매장 안에는 없는 게 없다. 미국에서 월마트는 대형 할인매장의 원조요, 대명사로 통한다. 월마트슈퍼스토어에서는 생활 잡화와 가공식품뿐만 아니라 신선한 야채, 과일도 판다.
얼마 전 미국에선 월마트 안에 거주하려던 사람이 회사 직원에게 쫓겨난 적이 있다. 쓰고 입고 먹는 것을 포함해 일상에 필요한 거의 모든 것을 갖추고 있는 곳이니 잠자리만 해결된다면 집보다도 편한 곳일 수 있겠다. 월마트의 운영철학은 단 한 가지다. 가장 싼 값으로 상품을 고객들에게 주겠다는 것이다. 월마트엔 치열한 가격 경쟁에서 살아남은 물건들만 들어온다. 제품 디자인도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여기선 가격을 낮출 수 있는 디자인이 통한다. 경쟁 제품보다 싸게 만들어 가장 저렴하게 팔 수 있어야 월마트에 들어갈 자격이 있는 디자인이다.
사람들이 매장에 들어서서 가장 먼저 찾는 쇼핑카트도 디자인 전략상품이다. 원하는 모든 물건들을 담아 가지고 나올 수 있는 커다란 쇼핑카트는 이미 하나의 문화적 아이콘이 됐다.
물건을 사는 이유 가운데 쇼핑카트 디자인을 꼽는 사람도 있다. 가장 기능적인 구조로 설계돼야 하고 예쁘지는 않지만 튼튼하고 효율적이어야 한다. 카트 모양이 철망 구조라 얼핏 보면 동물을 가두는 철창을 연상시킬지도 모른다. 여기에 담긴 물건들을 빨리 탈출시켜 집으로 가져가야 한다는 사명감마저 불러일으킨다.
이 쇼핑카트는 크기도 워낙 커서 웬만큼 채워서는 부족해 보인다. 철망으로 돼 있어 다른 사람들이 쇼핑한 물건도 다 보인다. 내 카트에는 안 들어 있는 새 물건을 많이도 담고 다닌다. 왠지 모를 열등감이 느껴지고, 결국은 생각보다 더 많이 사게 된다.
월마트에서 쇼핑카트를 밀고 다니다 보면 재미있는 점을 발견하게 된다. 매장이 워낙 크고 싸게 만들어서 그렇겠지만 물건의 분류와 위치를 알려주는 표지 시스템이 잘 디자인돼 있지 않다. 그래서 조금만 가다 보면 내가 어디에 있는지 길을 잃기 십상이다. 이것이 월마트에 맞는 표지 디자인이다. 방금 돌아선 전시대를 또 돌게 되고, 자꾸 돌다 보면 새 것들이 너무 많아서 왠지 사야만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처럼 월마트에는 저렴한 제품을 만드는 합리적인 제품 디자인, 구매 심리를 자극하는 쇼핑카트 디자인과 역발상을 통한 표지 디자인이 숨어 있다. 이 디자인이야말로 시골의 한 잡화상점을 세계 최대의 할인 유통기업으로 키워낸 일등 공신으로 꼽힌다.
박영춘 SADI 제품디자인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