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 이후 도입 10년… 기업들 아직 인식 부족
외국계 전자제품 제조업체 N사의 15년차 직원들은 요즘 인력 컨설팅업체에서 인생의 ‘제2막’을 준비하고 있다.
퇴직을 앞둔 이 회사 직원들은 약 3개월간 전직(轉職)을 돕는 ‘아웃플레이스먼트’ 교육을 받는다. 교육은 개인역량 진단, 재취업과 창업 중 진로 선택, 맞춤형 컨설팅 순이다.
N사의 컨설팅을 맡은 JM커리어 측은 “외국계 회사 직원들은 회사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88% 정도가 전직이나 창업에 성공하고 있다”며 “퇴직에 대한 심리적 불안이 줄어야 업무효율도 높아지고 퇴직 이후 전 직장에 대한 ‘배신’도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 회사 이미지 업그레이드 효과
아웃플레이스먼트가 국내에 상륙한 지 약 10년이 지났다. 인사조직(HR) 관련 전문가들은 이 제도가 1997년 외환위기 직후 국내에 생겨나기 시작해 2000년대에 들어 활성화된 것으로 보고 있다.
취업사이트 인크루트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조사 대상 기업의 18%가량이 이 제도를 도입했다. 노동부의 전직지원 장려금도 최근 5년 새 약 6배로 늘었다.
2년 전 A정보통신업체 과장직을 그만두고 현재 강원 홍천군에서 의류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조모(49) 씨는 퇴직 후 ‘사외 홍보맨’이 됐다. 조 씨가 의류업체의 ‘사장님’이 되기까지 회사에서 아낌없는 지원을 받았기 때문.
조 씨는 “퇴직 6개월 전부터 출근을 하지 않고 급여는 받으면서 전직 지원 교육을 받았다”며 “회사의 지원이 없었으면 퇴직 뒤 눈앞이 깜깜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웃플레이스먼트 경험자들은 조 씨처럼 회사의 관심과 도움을 통해 애사심을 더 높일 수 있었다고 입을 모았다.
안병훈 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 교수는 “아웃플레이스먼트는 회사에 대한 애착을 높여주고 기업의 이미지 향상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점차 인력이 고령화됨에 따라 인력시장의 원활한 순환에 효과적이라는 평가도 있다.
노사공동 재취업지원센터에서 교육을 받은 전재필(44) 씨는 “과거 경력을 살려 전문성을 키워준 덕에 생명보험회사에 재취업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용진 DBM 코리아 마케팅 총괄 이사는 “조직의 고령 인력에 대해 전직 지원을 해야 젊은 층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인재에 대한 장기적인 안목 부족
국내 아웃플레이스먼트는 이 제도를 성숙하게 운용하는 외국계 회사들에 비해 부족함이 많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이승협 한국노동교육원 교수는 “아직 국내 기업들은 아웃플레이스먼트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며 “노조와 협의해 희망퇴직을 받는 과정에서 운용하는 수준인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HR컨설팅업체인 휴잇 어소시어츠의 김동철 이사는 “향후 직원들이 아웃플레이스먼트를 잘 활용하도록 평소 개인의 성과에 대해 지속적인 피드백과 개선 기회를 주고 필요한 경우 전직 지원을 해야 조직도 효율적으로 돌아간다”고 지적했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이혜민 기자 behapp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