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저 시대 끝…‘일본여행 - 쇼핑’ 파티도 끝

  • 입력 2008년 2월 2일 03시 00분


《# 주부 김미은(28) 씨는 ‘일본 상품 구매대행 쇼핑몰’에서 화장품과 기저귀 등을 자주 구매했지만 최근에는 주춤하고 있다. 지난해 8월 1만 원이던 일본 화장품 ‘비오레’의 스킨제품은 현재 1만2000원으로 20%, 아기 기저귀도 30% 가까이 올랐다.

# 지난해 12월 아시아나항공의 일본행 주요 3개 노선(하네다 나리타 오사카) 이용객은 2007년 중 처음으로 전월보다 줄었다. 3개 노선 이용객은 2006년 12월 11만6427명이었지만 지난해 12월엔 11만1993명으로 4%가량 감소했다.》

지난해 100엔당 700원대서 올 900원대 급상승

전문가 “상반기 엔화강세 지속”… 관련업계 울상

최근 몇 년간 지속된 엔화 가치 하락으로 국내에 불어 닥친 ‘바이 저팬(Buy Japan) 열풍’이 수그러들 조짐을 보이고 있다. 엔저 현상은 일본 여행, 골프, 쇼핑 붐을 불러와 한국인의 라이프스타일까지 바꿀 정도였다.

○ 최근 일본 여행 증가세 둔화

일본 도쿄(東京) 긴자(銀座)거리에 있는 ‘미쓰코시 백화점’에 가면 일본어뿐 아니라 한국어로도 각종 안내 방송을 들을 수 있다. 직원들 사이에는 “쇼핑객 3명 중 1명은 한국인”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

2002년 초까지만 해도 100엔당 1000원을 웃돌던 원-엔 환율이 급속히 하락(원화 강세)해 지난해 1월엔 700원대까지 떨어진 데 따른 ‘원화의 가격 경쟁력’이 가장 큰 요인이었다.

하지만 원-엔 환율은 지난해 7월 10일(100엔당 746원)을 바닥으로 올해엔 100엔당 900원을 넘어설 만큼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한국금융연구원 하준경 연구위원은 “글로벌 금융시장이 불안해지자 일본에서 싼 금리로 빌려다 해외 고수익 자산에 투자하는 ‘엔 캐리 트레이드’ 자금이 일본으로 돌아간 것”이라고 분석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엔화 수요가 늘면서 엔화 강세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이러한 환율 변화는 관광객 수에도 반영된다. 일본 국제관광진흥기구(JNTO)에 따르면 일본 방문 한국 관광객의 증가세는 지난해 4분기(10∼12월)부터 눈에 띄게 둔화됐다. 2007년 분기별 증가율은 전년에 비해 △1분기(1∼3월) 22.4% △2분기(4∼6월) 24.0% △3분기(7∼9월) 26.5% 등으로 늘어났으나 4분기엔 18.3%로 뚝 떨어졌다.

한국인이 일본에서 쓴 비씨카드 사용액의 전년 대비 증가율도 지난해 7월 52%에서 12월엔 37%에 그쳤다.

업계의 희비도 엇갈린다. 여행업계의 한 관계자는 “‘원고(高)’로 고사 상태에 놓였던 인바운드 관광(일본인의 한국 관광)은 숨통이 트인 반면 일본행 여행에 주력하는 곳은 이익 감소에 허덕이고 있다”고 말했다.

○ ‘엔저 시대’ 끝나는 것일까

전문가들은 세계적인 금융 불안이 지속되는 6월까지는 엔화 강세가 지속될 것으로 본다.

JP모건과 골드만삭스는 이달 10일 현재 달러당 엔화 환율이 109엔에서 6월 말에는 각각 102엔, 101엔으로 떨어질 것(엔화 강세)으로 예상했으며 도이치은행은 연말에도 달러당 엔화 환율이 95엔에 머물 것으로 내다봤다.

산은경제연구소 측은 “미국의 정책금리는 3.0%까지 떨어지는 등 미일 간 금리 차가 줄어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다 일본 개인투자자들이 해외 자산에 투자하기 위해 팔아치운 엔화도 지난해 8월 말 730억 달러에서 11월 말엔 410억 달러로 급감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엔화 공급이 그만큼 줄어드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 경기와 금융시장이 안정세를 찾으면 엔화는 약세로 돌아설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신한은행 금융공학센터 조재성 차장은 “엔화 강세는 미국 경제 불안으로 비(非)달러 통화를 선호하게 된 일시적 현상”이라며 “일본의 경제 상황이 좋지 않아 늦어도 6개월 이내에 100엔당 800원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나연 기자 larosa@donga.com

곽민영 기자 havefun@donga.com

이지연 기자 chan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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