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종별 입사선호 기업 2부]<39>아모레퍼시픽…집같은 회사

  • 입력 2008년 2월 2일 03시 00분


재미 없으면 나가라? 친구같은 상사, 집같은 회사

아모레퍼시픽 홍보팀 스태프 이윤아(29) 씨는 지난해 12월 회사 동료 3명과 함께 7박 8일 동안 러시아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에 다녀왔다.

그는 아모레퍼시픽 러시아 현지 법인을 방문하고 롯데백화점 모스크바점의 ‘라네즈’ 매장을 찾아 러시아 고객을 직접 응대하기도 했다. 이 씨는 “아모레퍼시픽이 왜 러시아를 주목해야 하는지 현장에서 생생히 확인했다”고 말했다.

<1>과장 사장 호칭 없애고‘OOO님’…직원 창의력 쑥쑥

아모레퍼시픽은 2004년부터 ‘재미있는 일터 만들기’ 운동을 벌이고 있다. 일도 노는 것처럼 자발적으로 신나게 하자는 취지에서다.

이 씨가 참여하고 있는 ‘신흥시장연구회’도 이 운동의 일환이다. 직원들끼리 팀을 꾸려 최근 떠오르는 러시아, 베트남, 인도 등 신흥시장을 심층 연구하고 향후 아모레퍼시픽의 해외 진출 가능성을 따져 보는 모임이다. 팀원들이 5개월 동안 함께 각 나라를 연구한 뒤 연구 성과를 발표한다. 지난해에는 이 씨가 속한 러시아팀이 최우수상을 받았다. 회사는 이들 팀원에게 러시아 연수 기회를 줬다.

서울 용산구 한강로2가 아모레퍼시픽 본사 건물에서는 매일 저녁 파티가 열린다. 직원들은 평일 오후 6시 반부터 10층 구내식당에서 맥주와 안주를 무료로 즐길 수 있다. ‘굿 타임 파티’로 불리는 이 자리에서는 직원들끼리 딱딱한 회의 대신 서로 술잔을 기울이며 의견을 나눈다.

이렇게 자유로운 조직문화가 뿌리 내린 데는 2002년 시작된 ‘호칭 폐지 운동’이 큰 역할을 했다. 아모레퍼시픽의 모든 임직원은 직급 대신 이름에 ‘님’을 붙여 서로를 부른다.

아모레퍼시픽에서는 서경배 사장도 ‘사장님’이 아니라 ‘서경배 님’일 뿐이다. 직급도 일반 회사처럼 사원-대리-과장-차장-부장으로 나누는 대신 스태프-스페셜리스트-시니어스페셜리스트-매니저로 구분한다. 이 회사 인사팀 스태프 이민아(24) 씨는 “호칭이 자유로워지니 간부들과도 더 쉽게 대화를 나눌 수 있고 회의 때 창의적인 아이디어도 잘 나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2>금연펀드에 살빼기펀드…직원 건강-여가도 회사가 챙겨

아모레퍼시픽 6시그마추진팀 스페셜리스트 노만수(36) 씨는 최근 회사에서 5만9500원과 백화점상품권, 화장품세트를 선물로 받았다. 6개월 동안 꾸준한 운동으로 몸무게를 4kg 뺀 데 대한 보상이다.

노 씨는 6개월 전 ‘다이어트 펀드’에 가입했다. 5만 원을 내고 가입하면 6개월 뒤 목표를 달성한 직원들이 실패한 직원들의 가입금을 나눠 갖고 회사에서 선물도 받는 제도다. 이 회사에는 ‘금연 펀드’도 있다. 1인당 연간 50만 원 한도 내에서 도서 구입, 외국어학원 스키장 헬스클럽 등록, 극장표 구입 등 다양한 분야의 문화생활을 하도록 지원해 주기도 한다.

어머니 직원을 위해 어린이집과 수유실 등 육아시설도 갖췄다. 이 회사 김상균 인사팀장은 “화장품 기업의 특성상 고객의 대부분이 여성이기 때문에 이들의 마음을 꿰뚫는 여성 인재를 육성할 필요가 있다”며 “여성 직원에 대한 지원을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김 팀장은 “전체 대졸 직원 가운데 여성 비율은 25%지만 지난해 뽑은 신입사원은 여성과 남성의 비율이 똑같을 정도로 여성 직원의 채용을 늘리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여성이 주요 수요층인 만큼 여성을 위한 사회공헌 활동을 활발히 벌이는 것도 이 회사의 특징이다.

아모레퍼시픽은 유방암 예방을 위해 2001년부터 ‘핑크리본 사랑 마라톤대회’를 열고 있다. 대회 참가자들에게 받는 참가비 전액을 한국유방건강재단에 기부해 유방암 예방에 쓰도록 하고 있다. 업적이 탁월한 여성 과학자를 격려하기 위해 2005년부터 총상금이 7000만 원에 이르는 ‘아모레퍼시픽 여성과학자상’을 만들었다.

최근엔 모자(母子) 가정의 빈곤 탈출에 관심을 쏟고 있다. 아름다운재단과 함께 마이크로크레디트(무보증 소액창업 대출) 사업을 벌여 여성 가장이 적은 자본으로도 창업을 할 수 있게 도와준다. 지금까지 27명의 여성 가장이 대출을 지원받아 ‘희망가게’를 열었다.

이 회사 김민영 기업문화팀장은 “화장품으로 여성을 아름답게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여성의 건강과 꿈, 생계 등에 관심을 갖는 것도 화장품 기업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신성미 기자 savoring@donga.com

■ 아모레퍼시픽 기술연구원은

1954년 설립… 헬스케어 신약까지 연구

아모레퍼시픽 기술연구원의 역사는 한국 화장품업계의 기술 발전 역사와도 궤적을 같이한다.

아모레퍼시픽은 1954년 국내 화장품업계 최초로 연구실을 설립했다. 이 연구실은 1978년 태평양 기술연구소로 독립했고 1992년 경기 용인시의 현재 기술연구원 자리로 옮겼다.

1990년대 중반부터는 피부과학연구소에 집중 투자해 화장품용 소재 개발에 앞장섰다. 천연물 추출과 합성 기술, 미생물을 이용한 피부 투과기술, 생리 활성기술 등을 개발해 수입에 의존하던 화장품 소재를 국산화하는 데 성공했다.

1994년에는 연구원 내 의약품연구소를 설립했다. 이 연구소가 개발한 차세대 진통제인 ‘PAC20030’ 제조 기술은 2004년 독일 제약회사인 슈바르츠파마에 수출됐다. 계약 체결과 함께 아모레퍼시픽은 슈바르츠파마로부터 기술료 325만 유로(당시 약 48억 원)를 받았다. 또 신약 판매 허가가 나오면 1억750만 유로(당시 약 1610억 원)를 추가로 받기로 해 화제를 모았다.

이 연구소는 2001년 헬스 연구동을 개설하고 2006년에는 식품연구소를 신설해 녹차, 건강식품, 헬스케어 등으로 연구 분야를 넓혀 나갔다. 현재 4개 연구소(화장품, 피부과학, 의약품, 식품)에서 연구 인력 300여 명이 신제품 개발에 매달리고 있다.

주성원 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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