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종별 입사선호 기업 2부]<39>아모레퍼시픽

  • 입력 2008년 2월 2일 03시 00분


제주 서귀포시 도순동 한라산 중턱에 자리한 ‘도순다원’의 풍경. ‘설록차’를 생산하는 아모레퍼시픽은 제주에 3곳, 전남 강진에 1곳의 녹차밭을 갖고 있다.
제주 서귀포시 도순동 한라산 중턱에 자리한 ‘도순다원’의 풍경. ‘설록차’를 생산하는 아모레퍼시픽은 제주에 3곳, 전남 강진에 1곳의 녹차밭을 갖고 있다.
아름다움 향한 60여 년 ‘업계 최초’ 타이틀 수두룩

90년대 중반 칼날 구조조정이 약… 아직도 흐르는 ‘松商의 피’

“50년 전 아버지께서 프랑스로 출장 가실 때 사용했던 여권입니다. 오늘 이 상을 아버지께 바치고 싶습니다.”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사장은 2006년 7월 프랑스 정부로부터 한-프랑스 경제 교류에 기여한 공로로 레지옹도뇌르 훈장을 받았다.

그는 이때 손때 묻은 여권을 꺼내 보였다. 2003년 작고한 부친 서성환 창업주가 사용하던 것이다. 서 사장은 부친이 1960년 화장품의 본고장 프랑스 코티화장품의 문을 두드리던 순간을 떠올리며 이 같은 수상 소감을 밝혔다.

<1>“6·25전쟁땐 원료 챙겨 피란…하루 18시간 일해”

“전쟁 통에도 화장품 원료 일부를 챙겨 지붕도 없는 화차(火車)에 올라타 우여곡절 끝에 부산으로 향했죠. 그곳에서도 서울에서 함께 일했던 여공들과 오전 5시부터 오후 11시까지 하루 다섯 끼를 먹으며 피곤한 줄 모르고 일했습니다.”

서 창업주가 창립 50주년 기념식에서 밝혔던 6·25전쟁 당시 기억이다. 서 창업주는 부산에서 순식물성 화장품 ABC포마드를 개발했다. 상인들이 선수금을 맡기고 물건을 받아갈 정도로 인기가 많았다.

서 창업주는 화장품업계 최초로 외국 기업과 기술제휴를 했다. 또 브랜드 화장품 출시, 지정 판매소 도입, 해외 진출 등 업계 최초라는 수식어를 놓지 않을 만큼 개성상인 특유의 기업가 정신을 보여 줬다.

서 창업주는 50대 후반의 나이에 시작한 녹차 사업에 유달리 애정이 깊었다.

1999년 휴양차 머무르던 미국 하와이에서도 잠시 자신을 보러 온 서경배 사장을 재촉해 돌(Dole)사의 파인애플 박물관을 보여 주며 “이거야. 이렇게 만들어 봐라”라고 말했다. 그렇게 세운 것이 제주의 ‘설록차 뮤지엄 오 설록’이었다.

<2>1930년대 모친 어깨너머로 화장품 제조 배워

아모레퍼시픽은 서 창업주가 1930년대 개성에서 모친인 윤독정 씨와 함께 화장품 제조업으로 기업의 틀을 마련한 게 그 시작이다.

모친에게서 화장품 제조와 판매 경험을 쌓아 가던 서 창업주는 1945년 광복 직후 서울 중구 회현동에서 태평양화학공업주식회사를 세워 업계 최초의 고유 브랜드인 ABC를 만들었다.

1960, 70년대 국내 최초로 지정판매소 제도를 도입하고 프랑스 코티사(社)와 기술제휴를 맺는 등 국내 화장품 기업의 대표주자로 자리매김했다.

1980년대 들어서는 생활용품 및 녹차 사업에도 진출하면서 계열사가 24개까지 늘어났다.

하지만 1993년 회사 경영에 뛰어든 서 사장은 야구단과 농구단을 없애고 패션사업에서 손을 떼는 등 구조조정을 진두지휘했다. 그 대신 핵심 역량사업인 화장품에만 매달렸다.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밀어붙였던 강도 높은 구조조정은 결과적으로 ‘선견지명(先見之明)’이 됐다. 심지가 굳어 불황에도 강하다는 개성상인 후예다운 기업가 정신이 빛을 발했던 때였다. 서 사장이 2세 경영인 중 가장 성공한 최고경영자(CEO) 중 한 명으로 평가받는 이유다.

<3>기업 5대 핵심가치‘아모레퍼시픽 웨이’발표

아모레퍼시픽은 1일 기업문화의 5가지 핵심 가치를 담은 ‘아모레퍼시픽 웨이(way)’를 밝혔다. 기업 슬로건인 ‘아시안 뷰티 크리에이터(Asian Beauty Creator)’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개방, 혁신, 친밀, 정직, 도전 등 5가지 가치를 조직원들이 공유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모레퍼시픽은 해외로 진출한 내수기업 가운데 성공 모델로 꼽힌다.

현재 아모레퍼시픽은 세계 11개국에 15개 해외법인을 운영하고 있다. 이 가운데 일본 프랑스 미국 러시아 4개국을 제외한 나머지 7개국의 법인장은 모두 현지인이다. 현지화만이 해외 진출의 관건이라는 판단에서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아모레퍼시픽이 해외에서도 인정받는 브랜드가 되기 위해서 해외 유명 브랜드처럼 색조화장품을 강화하고 지나치게 안정지향적인 마케팅 전략을 개선해야 한다고 말한다.

한국투자증권 이혜원 연구원은 “일하는 여성이 늘고 있어 방문판매 의존도가 높은 현 매출 구조는 오히려 성장의 걸림돌”이라며 “남성 화장품과 중국 등 아시아 시장을 적극 공략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효진 기자 wiseweb@donga.com

주성원 기자 swon@donga.com

▼화장품 대표기업? 녹차도 대표기업!▼

아모레퍼시픽은 녹차 산업에서도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이다. 1980년 탄생한 아모레퍼시픽의 ‘설록차(雪綠茶)’는 한국 대중 녹차의 대표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설록차는 연매출 600억 원을 올리며 국내 녹차 상품 시장점유율 42%를 차지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이 제주와 전남 등지에 보유한 도순다원, 서광다원, 한남다원, 강진다원에서 생산되는 차의 양은 국내 전체 차 생산량의 23%(827t·2006년 기준)에 이른다.

아모레퍼시픽의 녹차 사업은 단순히 차를 티백에 담아 판매하는 방식을 넘어서 녹차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방향으로 이뤄지고 있다.

청명 직후 어린 차 싹을 따서 만든 수제차(手製茶)인 ‘설록명차 일로향’을 비롯해 ‘설록명차 세작’ ‘설록차 풍부한 맛’ 등 다양한 제품군을 개발했다. 녹차의 떫은맛을 없앤 ‘설록차 구수한 맛’이나 녹차의 다이어트 효과를 부각한 ‘카테킨플러스 가루녹차’, 티백 대신 삼각형의 피라미드 여과지를 사용한 ‘설록 잎차 피라미드’ 등도 녹차를 특색 있게 만든 제품이다.

이 회사는 녹차 제품뿐 아니라 녹차 문화를 널리 보급하는 데도 노력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2001년 제주에 국내 최대 규모의 차 문화 전시관인 ‘설록차 뮤지엄 오 설록’을 열었다. ‘한국의 토기잔전’ ‘한국 다기명품 특별전’ ‘한국 차의 향기 특별전’ ‘녹차요리 페스티벌’ 등을 개최한 이 전시관은 한 해 50만 명이 찾는 제주의 명소가 됐다.

2004년에는 젊은 층을 겨냥해 서울 중구 명동에 녹차 테마 카페인 ‘오 설록 설록다원’을 열었다. ‘오 설록 설록다원’은 이후 종로구 대학로와 강남구 역삼동 등에도 추가로 문을 열어 새로운 형태의 테마 카페로 인기를 얻고 있다.

주성원 기자 swon@donga.com

▼필기시험 없이 서류전형-3차례 면접 통해 선발▼

아모레퍼시픽 임직원 연봉 (단위: 원)
직급평균 연봉해당 직급 평균 재직기간
임원2억2000만 5년
매니저(팀장)8000만 5∼8년
시니어스페셜리스트(부장)7000만4∼5년
스페셜리스트(과장)5000만 7년
스태프(사원·대리)3700만 5년
상여금 및 성과급 포함, 세전 기준. 자료: 아모레퍼시픽

아모레퍼시픽은 취업사이트에 올라온 취업 준비생들의 질문에 대해 다음과 같은 답변을 보내왔다.

Q. 올해 채용 계획은….

A. 서류접수 기간을 기준으로 4월에 60∼70명을, 10월에 70∼80명을 뽑을 계획이다. 아모레퍼시픽은 서류 접수 때 원하는 부서를 지원하도록 하며 최종 합격자는 대부분 자신이 지원한 부서에 배치된다.

Q. 지난해 채용 결과는….

A. 상·하반기 합쳐 지원, 물류, 마케팅, 영업, 국제, 연구 등의 분야에서 총 150여 명을 뽑았다. 경쟁률은 104 대 1이었다. 남성과 여성의 비율은 5 대 5였다.

Q. 채용 절차는….

A. 별도의 필기시험 없이 서류전형과 3차에 걸친 면접으로 이뤄진다. 1차 면접에서는 팀장이 면접관으로 참석해 직무수행에 대해 묻는다. 2차 면접은 아모레퍼시픽 인재개발원에서 하루 동안 팀워크로 평가한다. 프레젠테이션, 집단 토의, 외국어 평가 등도 진행된다. 3차 면접에서는 임원이 면접관으로 들어온다.

Q. 입사에 도움이 되는 자격증은….

A. 지원 부서와 관련 있는 자격증이 있으면 가산점을 받는다. 예를 들어 재경 부문은 공인회계사, 물류 부문은 물류관리사 등의 자격증이 있으면 도움이 된다. 업무와 관련 있는 수상 경력이나 제2외국어 구사 능력이 있으면 우대한다.

Q. 직무별로 선호하는 전공이 있나.

A. 지난해 하반기 공채의 경우 직무별로 지원 가능한 전공을 정했다. 예를 들어 경영지원 부문은 경영학 전공자나 외국어에 능통한 사람에게 지원 자격을 줬다. 연구직은 석사 학위 이상 소지자를 뽑는다.

Q. 인턴제도가 있나.

A. 매년 여름 인턴십을 운영하는데 규모가 작아 공개모집보다는 각 학교에서 추천하는 방식으로 인턴을 뽑는다. 지난해엔 한 달 반 동안 16명이 인턴으로 활동했다. 올해는 아직 인턴십 운영 방식이 정해지지 않았다.

신성미 기자 savor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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