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측이 비자금으로 구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지만 그동안 행방이 묘연했던 해외 미술품 ‘행복한 눈물’(로이 리히텐슈타인 작)이 1일 공개됐다.
홍송원(55·여) 서미갤러리 대표는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재동 서미갤러리 1층 전시실에서 조준웅 특별검사팀과 언론에 이 작품을 공개했다. 홍 대표는 삼성가 인사들의 미술품 구매를 대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작품은 한 여성이 눈물을 흘리며 웃고 있는 만화 이미지를 확대한 팝아트 계열로 크기가 가로 세로 각각 96.5cm다.
작품 감정을 위해 특검팀과 동행한 최명윤 명지대 교수는 “갤러리 측이 제공한 보유 미술품 카탈로그 6, 7권과 대조한 결과 1964년 제작된 리히텐슈타인의 진품이 맞다”고 말했다.
홍 대표는 2002년 11월 미국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약 90억 원에 이 작품을 샀으며 작품의 현재 시가는 구입가의 두 배에 이른다고 밝혔다.
그러나 김용철 변호사는 지난해 11월 이건희 삼성 회장의 부인 홍라희 씨가 그림의 실제 주인이며 삼성 측이 비자금으로 구입한 것이라고 주장해 그림의 실소유주와 구매 대금 출처에 관심이 집중돼 있다.
홍 대표는 이날 뒤늦게 그림을 공개한 이유에 대해 “처음에 한 약속을 지키려고 공개했다. (지난해) 처음 공개하겠다고 한 날에는 기자들이 (갤러리 앞에) 인산인해를 이뤄서 공개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작품의 실소유주와 구입 자금의 출처, 삼성 측이 비자금으로 샀다는 의혹이 제기된 다른 미술품들의 소유 여부 등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작품 보관 장소에 대해서도 “내가 안전하게 보관하고 있었다”고만 말했다.
그러나 홍 대표는 지난달 25일 특검 소환 조사 때 “2000년 이후 삼성가 미술품 구매를 대행하지 않았다”는 자신의 기존 언론 인터뷰 내용 등을 번복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편 이날 특검에 출석한 김 변호사는 “검찰이 2003년 말 대선자금 수사 당시 삼성채권 사용처를 추적했고 이 중 7억 원 정도가 미술품 구입에 사용된 것으로 조사됐다”고 주장했다. 또 “이 채권은 홍라희 씨가 동서인 L 씨에게서 그림을 사는 데 사용됐다”고 덧붙였다.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