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못하면 아랫사람 앞에서 체면 지키기도 어려울 정도예요. 저도 오전 6시에 출근해 외국인과 전화로 영어회화를 하는 프로그램을 이용하고 있어요.”
국내 대기업 부장인 이모 씨는 임원 승진 심사를 앞두고 영어회화 실력 때문에 고민에 빠졌다. 이 회사의 해외사업 비중이 최근 몇 년 사이 급속히 커지면서 회화 능력이 승진 심사의 중요한 기준이 됐기 때문이다.
국내 기업의 글로벌 경영이 확산되면서 일부 대기업은 영어 공용제를 도입하는 등 ‘영어 시대’가 활짝 열리고 있다.
3일 주요 대기업에 따르면 삼성그룹은 올해 채용부터 기존 영어 필기시험 외에 영어 말하기 능력도 응시 자격에 추가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오픽(OPIc) 및 토익(TOEIC) 말하기 등급을 인정할 계획이며 일정 등급 이상의 지원자는 면접 때 회화력 평가를 면제해 줄 방침이다.
▶본보 2007년 10월 29일자 A1면 참조
삼성그룹은 이미 계열사별로 임원 승격 때 영어 능력에 따라 가산점을 주는 등 영어 실력을 인사와 평가의 주요 기준으로 삼고 있다.
LG전자는 올해부터 최고경영자와 주요 임원에게 보고하는 모든 공식 문서를 영어로 작성하는 등 사실상 ‘영어 공용제’를 실시하고 있다. 회사 화장실에는 영문 보고서에 빈번하게 사용되는 영어 단어 풀이가 적혀 있다.
르노삼성자동차도 외국계 기업답게 사내(社內)에서 영어는 ‘공식 언어’로 자리를 잡았다. 매주 월요일 임원회의를 비롯해 매니저 간담회와 본부별 회의는 모두 영어로 진행된다.
회사에서 영어를 강조하면서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임원회의를 영어로 진행했으나 세부적인 사안까지 논의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올해는 영어회의를 중단하기로 했다.
경제계의 한 관계자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영어 공교육 강화 방침이 나온 뒤 논란이 많지만 적어도 대기업은 이미 영어 시대를 맞고 있다”며 “초중고교 영어 교육도 기업의 인재 수요에 맞춰 ‘시험용 영어’보다 ‘실전(實戰) 영어’가 가능한 방향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차지완 기자 cha@donga.com
▼후배가 무서워…▼
채용정보업체 커리어는 3년차 이상 직장인 891명에게 ‘직장 후배 눈치를 봐야 해 스트레스를 받은 적이 있는가’를 물은 결과, 응답자의 62.2%가 ‘있다’고 답했다고 3일 밝혔다.
스트레스의 유형으로는 ‘선배가 노하우를 가르쳐 주는 것이 당연하다는 후배들의 인식’이 26.4%로 가장 많았다. 이어 △조금만 꾸중해도 엄하거나 무서운 선배로 생각하는 태도(23.3%) △무엇이든 생각 없이 물어보는 질문 공세(21.3%) △조금만 칭찬해 주면 한없이 빠져버리는 자아도취(18.5%) 등의 순이었다.
후배 사원들의 특징을 묻는 질문(복수 응답)에 대해선 60.4%가 ‘하고 싶은 말을 참지 않고 다 한다’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이어 △상사나 선배에 대한 예의가 별로 없다(55.4%) △회사에 대한 충성도가 낮아 쉽게 이직한다(38.8%) △야근을 시키면 인상을 찌푸린다(37.5%) △6시가 되면 ‘칼퇴근’하기 바쁘다(32.8%) 등의 순으로 조사됐다.
후배와 갈등이 생길 때 해소하는 방법으로는 ‘술자리 등 인간적으로 대화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든다’(27.6%), ‘혼자 참고 삭인다’(22.9%), ‘가급적 더 큰 마찰이 생기지 않도록 피한다’(19.1%)는 등의 응답이 나왔다.
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