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 조사부(부장 김대호)는 S해운회사가 정상문(사진) 대통령총무비서관을 비롯해 국세청과 수사기관 관계자를 상대로 로비를 한 의혹이 있다는 내용이 적힌 이른바 ‘로비 리스트’를 확보해 진위를 확인 중인 것으로 3일 알려졌다.
S해운회사의 한 전직 직원은 지난해 12월 이 회사의 전직 임원인 김모 씨를 뇌물공여 및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과 횡령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이 직원은 검찰 조사 과정에서 로비 리스트를 검찰에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리스트에는 정 비서관을 비롯해 국세청과 수사기관 관계자의 이름과 이들에게 금품이 건네진 시기, 로비 액수 등이 적혀 있다고 한다.
이 해운회사는 2004년 2∼7월 세무조사를 받아 법인세 77억 원을 추징당했다. 이 회사의 박모 대표는 2005년 9월 비자금 110억 원 중 26억여 원을 횡령한 혐의로 징역 3년, 집행유예 4년형을 선고받았다.
리스트에는 정 비서관이 당시 S해운회사의 전직 직원으로 자신의 사위였던 이모 씨와 회사 측에서 1억5500만 원을 건네받은 것으로 기재되어 있다. 1억 원은 이 씨를 통해 현금으로, 나머지 5500만 원은 해운회사 측이 정 비서관의 딸 계좌에 입금하는 형태로 전달됐다고 한다.
검찰은 최근 이 씨를 소환해 “세무조사 축소와 고소사건 무혐의 처리를 위해 현금 1000만 원 다발 10개를 여행용 가방에 넣어 전달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반면 정 비서관은 검찰 측에 “사위가 돈을 갖고 와 크게 화를 내며 되돌려줬다. 청탁은 전혀 없었다”고 반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씨는 정 비서관의 딸과 2005년 이혼했다.
검찰은 일부 회사 관계자를 출국금지하고 관련자에 대한 계좌추적을 진행해 왔으나 “아직까지 금품수수 의혹에 대한 물증이 전혀 없다”고 말하고 있다.
또한 로비 리스트에서 국세청과 수사기관 관계자에게 돈을 전달했다고 알려진 해운회사의 전직 임원 김모 씨도 “로비 자금을 전달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수사가 마무리되면 고발인 측의 무고 여부도 함께 판단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천호선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 겸 청와대 대변인은 3일 “정 비서관이 돈을 받은 사실이 전혀 없으며, 곧 법적 대응을 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