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특검 “차명계좌, 신청서도 없이 개설”

  • 입력 2008년 2월 4일 02시 45분


삼성그룹 측이 계열사 임원 명의로 차명 계좌들을 개설할 때 명의자 본인이 직접 작성해야 할 기초적인 ‘계좌 개설 신청서’조차 금융기관에 내지 않았던 것으로 3일 확인됐다.

조준웅 특별검사팀은 최근 차명계좌 명의자들인 삼성 계열사 임원들을 소환 조사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

금융기관에 계좌 개설 신청서를 제출하지 않았다면 계좌 개설 및 관리를 총괄한 삼성 측 고위 인사들이 차명 계좌 명의자 명단을 수집해 금융기관에 넘기고 금융기관은 삼성 측 요구에 따라 일괄적으로 차명 계좌를 개설해 줬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같은 사실은 삼성과 금융기관이 조직적으로 공모해 불법을 저지른 정황 증거가 될 것으로 특검팀은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이학수 부회장과 김인주 사장 등 비자금 의혹의 핵심인 전략기획실(옛 구조조정본부) 임원들의 소환 조사가 당초보다 앞당겨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또 특검팀은 최근 차명 계좌 개설을 시인한 계열사 임원에게서 “회사가 ‘당신 명의로 계좌를 개설하겠다’고 물어와 (계좌가 한 개인 줄 알고) 동의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계좌가) 여러 개였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특검팀 관계자는 “현재까지 수사진이 소환한 참고인들의 금융 계좌를 포함해 상당수 계좌를 ‘차명’으로 보는 게 맞다”며 “설 연휴가 지나면 구체적인 방향도 잡히고 ‘피의자’들도 나올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특검팀은 3일 삼성가 인사들의 미술품 구입을 대행한 것으로 알려진 홍송원(55·여) 서미갤러리 대표를 불러 조사를 벌였다. 전날에는 배종렬(65) 전 삼성물산 사장과 주웅식(56) 에스원 전무, 김승언(51) 삼성화재 전무 등 전현직 임원 3명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했다.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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