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 일정 차질… 일부선 이직 조짐도
김용철 변호사의 폭로로 시작된 ‘삼성 사태’가 6일로 100일을 맞으면서 삼성그룹의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5일 삼성그룹 및 각 계열사에 따르면 삼성은 그룹 사령탑인 전략기획실 핵심 임원과 각 계열사 사장단이 잇달아 특별검사팀의 소환 조사를 받으면서 경영상의 주요 의사 결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특히 해가 바뀐 지 한 달이 넘도록 새해 경영계획을 세우지 못하고 인사에 차질을 빚으면서 내년부터 심각한 후유증이 나타날 것이라는 지적도 삼성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삼성의 한 임원은 “전자산업은 업종 특성상 6개월만 투자 시기를 놓쳐도 시장에서 밀려 나기 쉽다”며 “경영 차질에 따른 후유증이 가시화하면 1등 제품을 경쟁업체에 다 빼앗길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삼성의 세계 1등 제품은 D램, S램, 플래시 메모리, 모니터 등 20여 개에 이른다.
설상가상으로 직원들의 이직(離職) 조짐마저 나타나자 삼성 측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삼성 주력 계열사인 삼성전자 인사팀 관계자는 “반도체 부문을 중심으로 생산직은 물론 일반 직원들까지 사직하고 다른 직장으로 옮겨 가는 사례가 크게 늘고 있다”며 “올해 특별성과금이 대폭 줄어든 데다 특검 수사로 어수선한 분위기가 이어지면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삼성은 이에 따라 임원 인사와는 별도로 부장 이하 직원 인사만 예년대로 3월 1일자로 실시한다는 방침이다.
통상적으로는 직원 인사는 사장단 및 임원 인사 뒤 하는 게 맞지만 인사 지연에 따른 직원들의 동요가 심각해 고육책이라도 써야 할 상황이라는 게 삼성 측의 설명이다.
배극인 기자 bae215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