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 보험상품 직접 만든다

  • 입력 2008년 2월 10일 02시 51분


국민銀, 손보사 인수… 농협, 자회사 분리 계획

기존 유통서 생산 겸비… 중소보험사 타격 우려

‘이제 보험 상품도 은행이 직접 만들어 판다.’

대형할인점이 자기 브랜드를 붙인 상품(PL)을 주문생산해 파는 것처럼 은행들이 직접 보험 상품을 설계해 판매하는 시대가 왔다. 최근 은행들이 보험사를 인수하거나 설립하는 움직임이 가속화되고 있는 것.

은행들은 보험의 생산과 유통을 겸비해 ‘시너지 효과’를 기대한다. 이에 비해 보험업계는 막강한 유통망을 갖춘 은행들 때문에 보험사 영업이 어려워질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9일 국민은행에 따르면 이 은행은 계열 생명보험사인 KB생명 외에 손해보험사를 추가로 인수할 방침이다. 농협은 보험 부문을 별도의 자회사로 분리할 계획이며, 기업은행은 중소 생보사를 인수해 중소기업에 특화된 보험사를 세울 예정이다. 우리금융지주는 이미 지난달 말 LIG생명을 인수했다. 이들 은행은 은행 지점망을 활용해 유통비용을 줄여 전문 보험사보다 저렴한 보험 상품을 소비자들에게 제공할 계획이다.

신한은행 손홍배 시너지지원본부 차장은 “전문 보험사들은 보험설계사들을 의식해 방카쉬랑스(은행에서 보험 상품을 판매하는 서비스)에 맞는 상품에 집중하기 어렵지만 은행 계열의 보험사는 방카쉬랑스에 특화된 상품을 선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들의 계열 보험사 현황
은행계열 보험사
국민KB생명
신한SH&C생명, 신한생명
우리LIG생명
하나하나생명
HSBC하나생명(지분 참여)
자료: 각 은행

보험업계는 은행들의 계열 보험사 밀어주기를 경계하고 있다. 현재 금융감독원은 은행의 특정 보험사 상품매출이 전체 보험 상품 매출의 25%를 초과할 수 없도록 규제하고 있다. 하지만 은행 창구직원이 계열 보험사 상품을 ‘한도’까지 판매하면 전문 보험사 상품의 판매 비중이 감소할 것이라는 게 보험업계의 우려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대형 전문 보험사들은 보험설계사 채널을 강화해 대응할 수 있겠지만 판매를 은행에 의존해 온 중소형 보험사들은 큰 타격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영수 보험개발원 선임연구위원은 “이렇게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중소 보험사들은 전문성을 더욱 강화해 경쟁력 있는 상품을 개발하는 한편 인터넷, 홈쇼핑 등 유통채널을 다양화해 생존의 길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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