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수록 손해” 냉연업계 혹독한 겨울

  • 입력 2008년 2월 11일 03시 05분




원재료 핫코일 가격 완제품 가격에 육박

감산 채비… 자동차 - 가전산업에 불똥 우려

국내 최대 냉연강판(冷延鋼板) 전문 회사인 현대하이스코는 최근 ‘초비상’이 걸렸다.

대형 철강회사로부터 열연강판(핫코일)을 사와서 냉연제품으로 가공해서 판매하는 현대하이스코는 현재 손익분기점을 겨우 맞추는 수준. 하지만 2분기(4∼6월)에는 핫코일 가격이 더욱 올라 팔면 팔수록 적자를 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핫코일 가격이 급등하면서 국내 냉연업계가 감산(減産)에 들어갈 준비를 하고 있다.

냉연회사들은 핫코일 가격이 더 급등할 경우 일시적 생산 중단이라는 ‘배수진’까지도 신중히 검토 중이다.

국내 냉연 생산이 급감하면 수급 불균형으로 자동차와 가전 회사 등 냉연을 소비하는 산업에도 부담을 줘 올해 실적 악화는 물론 연쇄적인 제품 가격 인상의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10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현대하이스코 동부제강 유니온스틸 등 국내 3대 냉연회사는 2분기에 핫코일 수입 가격이 더 오를 것으로 보고 냉연제품 생산량을 10∼30%가량 줄일 계획이다.

제조업의 특성상 설비 가동을 줄이면 고정비용 부담으로 손실이 발생할 수밖에 없지만, 가동을 줄여 발생하는 손해보다 비싼 원자재를 구입해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에 완제품으로 파는 손해가 더 크기 때문에 감산까지 검토하게 된 것이다.

냉연강판의 국내 가격이 현재 수준(t당 68만5000원)에 머문 상태에서 핫코일 수입 가격이 t당 700달러(약 65만8000원)를 넘어서면 냉연회사들은 감산의 폭을 더욱 확대할 계획이다.

특히 원자재와 완제품의 가격이 역전되는 시점인 730달러까지 가면 일시적으로 생산을 중단할 수도 있다는 방침이다.

2년 전만 해도 400달러 안팎이던 핫코일 수입 가격은 현재 최고 650달러까지 치솟았으며, 일본과 중국의 철강회사들은 2분기 물량에 대해 700∼750달러까지 요구하는 상황이다. 국내 냉연 생산량 중 40%는 냉연회사들이, 나머지 60%는 포스코 현대제철 등 대형 철강회사들이 만들고 있다.

현대하이스코 관계자는 “현재 650달러인 핫코일 가격 수준에서도 손익분기점을 맞추기 힘든데 700달러에 이르면 적자폭이 커져 30% 이상 감산을 할 수도 있다”며 “700달러를 넘어선다면 냉연 회사들은 문을 닫아야 할 처지”라고 말했다.

냉연업계가 이처럼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최근 철강의 원료인 철광석과 석탄의 가격이 폭등하면서 중국 일본 등의 대형 철강회사들이 냉연회사에 공급하는 핫코일의 가격을 크게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을 벗어나려면 핫코일 가격은 낮추고, 냉연제품 가격은 올려야 하지만 핫코일을 공급하는 철강회사나, 냉연 주요 소비자인 자동차회사와 가전회사 등이 모두 난색을 보이고 있다.

또 대형 철강업체들이 핫코일을 팔지 않고 직접 냉연강판까지 생산하는 비율이 높아지면서 냉연설비만 있는 회사들의 입지는 더욱 좁아지고 있다. 이에 대해 철강업계의 한 관계자는 “철강업계 가운데 고로(高爐)가 없는 냉연업체들은 가격경쟁력이 떨어져 점차 시장에서 살아남기 힘들어지고 있다”며 “피나는 원가 절감 노력과 신제품 개발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생존 전략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냉연강판

고로에서 나온 쇳물을 고온에서 1차 가공한 반제품인 열연강판(핫코일)을 다시 얇게 눌러 재가공한 것이 냉연강판이다. 냉연강판은 자동차나 가전제품, 강관 등을 만드는 데 사용된다.

석동빈 기자 mobidic@donga.com

송진흡 기자 jinhup@donga.ao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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