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긴 연휴 후유증’

  • 입력 2008년 2월 12일 02시 57분


지난주 해외 증시 추락 한꺼번에 반영

코스피 55.90P ↓

5일간의 설 연휴에서 돌아온 한국 증시가 호된 신고식을 치렀다.

11일 서울 증시에서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5일)보다 55.90포인트(3.29%) 떨어진 1,640.67로 마감했다. 코스닥지수도 12.41포인트(1.93%) 내린 629.94로 거래를 마쳐 5거래일 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연휴 기간이 끝나자마자 한국의 주가가 급락한 것을 두고 증시 전문가들은 “미뤄 뒀던 매를 한꺼번에 맞았다”는 반응을 보였다.

○ 美 서비스업지수 5년만에 50 밑으로

이날 장이 열리기 전부터 한국 증시의 급락세는 예견됐다. 국내 증시가 연휴로 문을 닫은 동안 세계 증시는 미국발(發) 악재로 일제히 얼어붙었다.

5일(현지 시간) 미국 공급관리협회(ISM)가 발표한 1월 서비스업지수는 41.9로 지난해 12월(54.4)보다 크게 떨어졌다. 이 지수가 50을 넘으면 경기확장 국면, 50을 밑돌면 경기수축 국면을 뜻한다. 미국의 서비스업지수가 50을 밑돈 것은 5년 만에 처음이다. 세계 증시는 이 지수의 하락을 미국 경기 침체의 신호탄으로 받아들였다.

5일부터 8일까지 미국의 다우존스산업지수와 나스닥지수는 각각 3.59%와 3.27% 하락했고 같은 기간 영국 FTSE지수는 4.02%, 러시아 RTS지수는 7.05% 폭락했다. 일본 닛케이평균주가와 인도 센섹스지수도 6일부터 8일까지 각각 5.30%, 6.42% 떨어졌다.

메리츠증권의 윤세욱 리서치센터장은 “한국 증시가 쉬는 동안 해외 증시가 큰 폭으로 하락했던 만큼 11일의 주가 급락은 피하기 어려웠다”며 “세계 증시는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며 바닥에 이른 것인지, 아닌지는 누구도 자신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 단기간에 악재 해소 힘들 듯

앞으로도 상당 기간 한국 증시는 미국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특히 최근 미국에서 잇따라 발표되는 주요 경기지표들이 하나같이 비관적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한국의 주가 하락폭도 더 커질 여지가 있다.

당장 13일(현지 시간) 발표될 미국의 1월 소매판매 결과가 또 한 번 세계 증시를 출렁일 가능성이 높다. 국내에서는 13일 열릴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인 콜금리를 어떻게 결정할지가 최대 관심사다. 세계적인 금리 인하 기조 속에서 금통위가 경기 부양을 위해 콜금리를 내릴 것인지, 물가 불안을 고려해 동결할 것인지 관심이다.

중장기적인 전망 역시 불투명하긴 마찬가지다. 삼성증권 김학주 리서치센터장은 “글로벌 신용 경색과 물가 상승, 경기 침체는 결코 단기간에 해소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닌 만큼 오랜 기간 세계 주가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 주식 투자자들 ‘블랙 먼데이 징크스’

설 연휴가 끝난 월요일 오전부터 급락장이 펼쳐지자 주식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월요일이 두렵다”는 말까지 나왔다.

새해 들어 6차례의 월요일 가운데 5차례 주가가 떨어졌다. 그 가운데 4번은 하루 만에 주가가 30포인트 이상 떨어졌다. 지난달 21일에는 51.16포인트(2.95%), 28일에는 65.22포인트(3.85%)나 급락했다.

월요일 주가 급락이 최근 반복되는 이유는 미국 증시의 영향이 커졌기 때문이다. 대우증권 이경수 선임연구원은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사태 이후 국내 증시는 미국 증시 동조현상이 심화됐고 미국의 주요 경제지표 발표가 금요일에 몰려 있어 금요일에 하락한 미국 뉴욕 증시가 월요일 한국 증시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한국 증시에서 주가가 급락한 5차례의 월요일은 모두 전(前)주 금요일에 뉴욕 증시가 하락한 뒤였다.

김상수 기자 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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